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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Nov 23. 2023

엄마의 얼굴

1990.11.04

초등학교 6학 때 이미 대부분의 2차 성징이 끝났던 나는 (그때의 키가 지금의 키일 정도로) 큰 아이였다.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나는 줄곧 “은지는 모델해도 되겠네~” 소리를 듣기도 했다.


비교적 성장이 빨랐던 나와, 23살에 나를 낳았던 엄마의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기에 같이 장을 보러 가거나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은 우리를 자매로 착각할 정도였다.


빌라에 살던 때였다. 우리 집에서 공과금을 걷어 내던 시절이라 엄마가 안 계실 때 가끔 내가 대신 수금(?)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빌라 주민분들이 나를 엄마로 오인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에는 엄마랑 닮았다는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웃기게도 속으로는 ‘내가 더 예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나는 엄마를 닮아갔다. 젊은 시절의 엄마를.


사실 우리 가족은 네 명 다 똑같이 생긴 붕어빵 가족이다. 내가 스물일곱 살 되던 해였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정말 넷이 똑같이 생겼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엄마를 닮았다는 말이 좋다. 오래된 앨범 속 젊은 날의 엄마는 정말 나와 같이 반짝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동통한 볼살과 눈웃음, 어쩔 수 없는 엄마 판박이인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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