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뷱

도민의 정의가 꼭 필요한가요?

호야의 이야기

by Anna

인터뷱 Interview + Book

제주살이를 통해 확장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인연들에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그들이 생각하는 ‘제주도민’의 정의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주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뷰 북을 만들었다.



People 1. 호야 (제주도민/30대 중반)

내가 아는 호야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도 잘 어울리는 소위 ‘인싸형 인간’이다.

제주에서 일로 알게 된 사이지만 책과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가까워진 그와는 평소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인터뷱을 준비하면서 내 주변 ‘찐 도민’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그다.

제주에서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비 오는 어느 날 호야를 만났다.


#사회적자본 #사람 #가치

제주시가 북제주로 불리던 시절, 호야는 동쪽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서 태어나 자랐다.

군 시절을 제외하고 제주도 외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해본 적 없는 그는 36년 차 제주 토박이다. 성인이 되어 대학이나 직장의 이유로 지역을 벗어나고 싶어 한 적도 있지만 그는 제주에 남는 선택을 했고, 현재로서는 제주를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하는 일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니 임금노동과 가치 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본인의 업을 설명해 주었다.


“임금노동의 관점에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가들에게 컨설팅을 하고 있어요. 비슷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치 노동의 관점에서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자본.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인간관계와 신뢰, 상호작용을 통한 무형의 자산을 쌓는 일. 그가 사회적 자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위즈돔이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던 사람도서관 사업을 통해서였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저마다의 살아있는 경험으로 가득한 한 권의 책’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람 도서관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혜를 소규모 토크 형식으로 연계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호야는 제주지역 총괄 매니저로 1년 반 정도 다양한 사람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제주청년협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는데, 뭐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성향이었기에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제주 지역 내 청년활동의 입지를 다져갔다. 2017년에는 이사장을 맡아 협동조합 운영 구조를 체계화하고, 지속가능성을 만들었다. 이 시기를 떠올려 보면 가장 바쁘게 보냈고, 스스로 성장도 많이 했다. 누구보다 사회와 사람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그에게 이주민으로서의 질문을 몇 가지 던져보았다.


Q 주변에 도민과 이주민의 비율이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최근 일주일 동안 만난 사람들을 기준으로는 이주민이 도민보다 조금 더 많고,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은 도민이 이주민보다 조금 더 많다. 이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생각보다 이주민이 많다는 걸 느꼈다.


Q 쭉 제주에 살아온 입장에서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는지?

직접 이주민들과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편견이 많았다.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잘 안 돼서 제주로 넘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금방 떠날 사람들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경험상 자기 콘텐츠에 대해서 제주도에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2년 안에 떠나는 것 같다. 또한 제주로 취업을 온 20-30대 중에서 제주 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은 3년 안에 떠나는 걸 많이 보았다.


Q 괸당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20대까지는 당연하다고 인식했던 편이고, 청년활동 초기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고 느낀다. 남성 중심, 군대식 문화만 제외한다면 서로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문화이지 않을까. 괸당은 동네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학연-지연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고 나중에 고향에 내려가서 살게 되면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도민의 정의가 꼭 필요할까? 사실 “제주 도민이세요?”라는 질문 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질문을 들은 상대방이 “도민의 기준이 뭐예요? 제주도 주소면 도민인가요?”라는 역질문을 했는데, 그때는 바로 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마을마다 기준이 있긴 하겠지만 제주도라는 넓은 공동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애증 #공동체 #고향

호야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절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큰 고민까지 연결되었다. 그에게 본인의 제주살이에 대한 정의를 묻자, ‘애증’이라고 답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짜증 나는 일도 있기 마련인데, 꼭 이곳이 제주도라서가 아니라 모든 삶이 그런 것 아닐까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도 있지만, 그 익숙함이 때로는 지겹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는 환기 차원에서 여행을 떠나면 된다고 생각해요.”


먼 미래에 호야는 고향에 돌아가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도 쓰고, 독서 돌봄을 해나가는 게 꿈이다. 작은 공동체 속에서 사회적 자본을 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 바라면서, 제주에서 오래 알고 싶은 사람 호야와의 인터뷰를 마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INTERVIEW+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