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안의 사람들 1
이 분야에서 일을 한지 10여 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뚜렷한 직위나 직책이 따로 없어 우리는 그녀를 S언니라 부르고 있다. 마음이 곱고 모든 사람을 기분 좋게 아우르는 심성이 그녀의 장점이다. 이 업체가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할 분명한 요소이기도하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알바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 준다. 그래서 이 업체로 알바 오기를 희망하는 언니들이 유난히 많다.
화장품을 포장하는 일은 몸을 쓰는 일이다. 자칫 마음 상할 일 들이 간혹 생길 수 있다. 혼자 하는 개인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섬세함을 요구하는 잔일들이 많다. 팬벨트가 돌아가듯 순서대로 맡은 제품을 넣어 마지막에 박스 테이핑을 하기 때문에 협심이 최고의 덕목이기도 하다. 스피드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확도가 우선이다. 여러 가지 품목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직원과 여러 명의 알바들까지 붙어서 일을 할 때는 분명 한 군데서 삐끗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생긴다.
이럴 때 S언니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다면 좌충우돌을 피할 수 없는 거다.
S언니의 작업지시대로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스피드 하기 때문인지, 모든 인원들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느라 손이 저절로 빨라진다. 어느 한 부분이 속도가 떨어지면 그녀는 바로 그 자리로 달려와 말없이 거든다. 그 속도에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이내 자리가 잡히고 작업의 흐름은 정상화된다.
그녀는 이름처럼 맑고 고운 성품을 지녔지만 한편으론 정감 있는 투박한 질그릇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진하게 끌리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장점이 더러 단점이 될 때가 있다.
어쨌든 싫은 소리나 듣기 불편한 소리는 하지 않는 그녀여서 때론 자주 오는 알바 언니가 새로 온 알바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군기를 잡으려고 월권 행사를 범하기도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평화롭기로 소문난 업체에서 한두 번 그러고 나면 상처를 받은 사람도 상처를 준사람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기 마련이다.
어느 날, 언니들은 자기가 맡은 제품이 있는 자리에 서서 빠르게들 움직였다. 작업 도중 S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숙이 너 화장실 갔다 와. 얼른~"
가만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화장실에 다녀오라는 거다.
그런데, 숙이의 눈이 벌겋다. 눈물을 닦느라 안경을 슬쩍 올린다.
작업의 흐름이 원할치 못했던지 숙이의 옆에서 일을 하던 또 다른 알바 언니가 짜증을 부리며 잔소리를 해댔던 모양이다.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느라 옆을 쳐다볼 새가 없었지만 S언니는 금세 상황 파악을 했다. 그리고는 숙이에게 나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오라고 도닥이는 거다.
작업이 끝난 후에도 그 건으로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들이 서로 알아서 상황 정리를 하든 말든, 그냥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누구의 편도 아닌, 아니 우리 모두의 편인 그녀, 그녀의 직함은 S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