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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Oct 02. 2020

코로나만 아니면 비행기를 탔을 거야

2020 추석

어젯밤 공원에서 보름달을 보았다. 어째서 추석명절이 이렇게 심심해졌을까. 북적거리고 도로가 막히고

누군가는 고향집에서 자식들을 기다리고, 이런 게 명절 연휴의 모습이 아니던가.


여전히 대형마트는 추석 전날까지 붐비고 사람들로 바글거렸지만 명절보다는 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이 시국에 강원도와 제주도로 몰리는 사람들, 나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갈 곳이 없어 심심한 걸까. 하긴, 코로나19만 아니면 나도 벌써 비행기를 탔을 거다. 

명절이라고 올 사람도, 갈 곳도 없다 보니 언제부턴가 나는 추석이나 설을 지내지 않는 나라로 떠나곤 했다.    

그게 속이 편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휴가를 쓰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다. 여행객들의 길을 막아놓은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게 어색하고 깜빡 잊고 그냥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아예, 차 안에 또는 가방 안에 여분의 마스크를 넣어두기도 한다. 서서히 생활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일하는 즐거움이 사그라든다. 목표가 바뀌기도 하고 의욕을 잃고, 사는 것이 심드렁해지기도 한다. 

작년 추석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만 있다면, 하는 드라마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몰랐던 그때를 생각하면 꿈만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이런 날을 보내는데 익숙지 않은 나, 스스로

여행 중독에서 깨어나는 고통이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고 만다. 

창밖에 한가위 보름달이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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