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공원에서
오랜만에 살구꽃 공원에 가고 싶어서
칭얼댔어.
그랬더니 할머니가 내 맘을 아셨나 봐.
"로리야 산책 갈까?"
나는 신나서
"네~ 헤헤" 하고 웃었어.
살구꽃 공원은 내가 태어난 지 2개월도 안되어
산책 나온 곳이야.
엄마품에 안겨서 나오기도 했고
유아차에 누워서 나오기도 했었지.
봄에 살구꽃이 피고 살구가
많이 열려서 살구꽃 공원이래.
난 이곳이 참 좋아
나무도 많고 까치도 많아.
가을엔 도토리를 주웠는데
지금은 솔방울을 찾고 있어.
엄마 갖다 주려고...
엄마는 내가 산책하면서 주워다 주는 것은
전부 예쁘다고 좋아해.
깨끗하고 예쁜 것을 주우라고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어.
"로리야! 넘어지면 안 돼~ 조심해!"
할머니는 내가 넘어질까 봐 걱정이 많으셔.
"할무나~ 할무나~ 우! 우!
마니 마니~"
나는 신나서 할머니를 불렀어.
"오! 로리가 솔방울을 찾았어?
누구 줄 건데?"
"엄마~"
할머니가 웃으셨어.
나는 공원에 오면 너무 좋아.
빨리 꽃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면 좋겠어.
그동안 춥다고 집에서 그림책 여행만 했지 뭐야.
공원에 데리고 나와주신 할머니가 너무 좋아서
"할무니! 마~아니 쪼아" 하고 말하니까
"할머니도 로리가 많이 많이 좋아!"
하셨어.
여기는 숲 속의 나무집이야.
주말 아침 산책땐 엄마랑 아빠는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었어.
물론 집에서 가지고 오는 거지.
여기 와서 먹으면 맛있나 봐.
나도 올라가 보려고 해.
이젠 내 힘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어.
하나,
둘,
셋,
불안해 보였나 봐.
할머니가 도와주셔서
겨우 올라갔어.
이곳에서 밖을 바라보면
키 큰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어서 좋아.
여름엔 매미 우는소리도 들려.
나는 이 나무집을 좋아해.
나는 언제 나무를 타 볼 수 있을까?
나무집에서 내려온 후에야 알았어.
솔방울을 쥐고 있던
내 손바닥이 이상한 것을.
"할무니! 아야~"
솔밭에서 까치를 보고 뛰어가다가 넘어졌었어.
그때 할머니가 보시고는
"괜찮아? 일어날 수 있지? 우리 로리는 씩씩하니까
탁, 탁, 털고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
그래서 난 혼자 일어나서 손바닥을 탁. 탁. 털고
할머니께 씩씩하게 웃어주었어.
그런데 손바닥이 지금은 아파 힝~
그래도 울지는 않았어.
할머니가 얼른 유아차에서 소독약을
꺼내오셔서 발라주시고
밴드를 붙여주셨거든.
"에이고~ 할머니가 진작 봤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
"할무니~ 로리 아야 아야 했쪄"
나는
엄살을 좀 부렸어 헤헤.
할머니는 나를 흔들의자에 앉히고
밀어주시며 말씀하셨어.
"로리, 산책 나와서 좋았어?"
"네~ 할무니 좋아 좋아"
"날씨 따뜻해지면 매일매일 산책하자~"
"으응? 좋아~"
난 이제 '좋아' 라는 말을 정확하게
할 줄 알게 되었어.
살구꽃 공원은 나를 항상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0세 때부터 산책 나왔던 곳이니까.
나는 공원의 숲냄새가 좋아서
매일매일 오고 싶지만
겨울엔 추워서 안된대.
봄 되면 날마다 올게
나무야, 까치야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