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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Feb 19. 2024

로리의 산책길

살구꽃 공원에서






오랜만에 살구꽃 공원에 가고 싶어서

칭얼댔어.

그랬더니 할머니가 내 맘을 아셨나 봐.

"로리야 산책 갈까?"

나는 신나서

"네~ 헤헤" 하고 웃었어.











살구꽃 공원은 내가 태어난 지 2개월도 안되어

산책 나온 곳이야.

엄마품에 안겨서 나오기도 했고

유아차에 누워서 나오기도 했었지.


봄에 살구꽃이 피고 살구가

많이 열려서 살구꽃 공원이래.








     


 난 이곳이 참 좋아

 나무도 많고 까치도 많아.

가을엔 도토리를 주웠는데

지금은 솔방울을 찾고 있어.

엄마 갖다 주려고...

엄마는 내가 산책하면서 주워다 주는 것은

전부 예쁘다고 좋아해.

     









 

찾 았 다!!

깨끗하고 예쁜 것을 주우라고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어.


"로리야! 넘어지면 안 돼~ 조심해!"

할머니는 내가 넘어질까 봐 걱정이 많으셔.











"할무나~ 할무나~ 우! 우!

마니 마니~"

나는 신나서 할머니를 불렀어.

"오! 로리가 솔방울을 찾았어?

누구 줄 건데?"

"엄마~"

할머니가 웃으셨어.


나는 공원에 오면 너무 좋아.

빨리 꽃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면 좋겠어.









그동안 춥다고 집에서 그림책 여행만 했지 뭐야.

공원에 데리고 나와주신 할머니가 너무 좋아서

"할무니! 마~아니 쪼아" 하고 말하니까

"할머니도 로리가 많이 많이 좋아!"

하셨어.













여기는 숲 속의 나무집이야.

주말 아침 산책땐 엄마랑 아빠는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었어.

물론 집에서 가지고 오는 거지.

여기 와서 먹으면 맛있나 봐.












나도 올라가 보려고 해.

이젠 내 힘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어.

하나,

둘,

셋,

불안해 보였나 봐.

할머니가 도와주셔서

겨우 올라갔어.







이곳에서 밖을 바라보면

키 큰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어서 좋아.

여름엔 매미 우는소리도 들려.

나는 이 나무집을 좋아해.

나는 언제 나무를 타 볼 수 있을까?







나무집에서 내려온 후에야 알았어.

솔방울을 쥐고 있던

내 손바닥이 이상한 것을.

"할무니! 아야~"




솔밭에서 까치를 보고 뛰어가다가 넘어졌었어.

그때 할머니가 보시고는

"괜찮아? 일어날 수 있지? 우리 로리는 씩씩하니까

탁, 탁, 털고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

그래서 난 혼자 일어나서 손바닥을 탁. 탁. 털고


할머니께 씩씩하게 웃어주었어.

그런데 손바닥이 지금은 아파 힝~









그래도 울지는 않았어.

할머니가 얼른 유아차에서 소독약을

꺼내오셔서 발라주시고

밴드를 붙여주셨거든.

"에이고~ 할머니가 진작 봤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

"할무니~ 로리 아야 아야 했쪄"

나는

엄살을 좀 부렸어 헤헤.










할머니는 나를 흔들의자에 앉히고

밀어주시며 말씀하셨어.

"로리, 산책 나와서 좋았어?"

"네~ 할무니 좋아 좋아"

"날씨 따뜻해지면 매일매일 산책하자~"

"으응? 좋아~"


난 이제 '좋아' 라는 말을 정확하게

할 줄 알게 되었어.









살구꽃 공원은 나를 항상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0세 때부터 산책 나왔던 곳이니까.

나는 공원의 숲냄새가 좋아서

매일매일 오고 싶지만

겨울엔 추워서 안된대.


봄 되면 날마다 올게

나무야, 까치야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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