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주머니 속의 기도

by 혜솔

문득,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흐릿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 올리브나무로 만든 장미꽃문양의 묵주가 없었더라면 당신의 피조물 중 가장 심약한 모습으로 서있던 나는 어디로 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시꺼멓게 멍든 마음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시고 선물로 내어주신 묵주, 주머니 속에서 기도로 피어오르고 있었음을 내 손안에 쥐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참았던 눈물을 다 쏟고 나서야 또 알았습니다. 살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는 것을… 간혹,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흐릿할 때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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