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키위 좀 주세요~네? 제발~
냉장고, 냉장고에 있잖아요, 열어, 열어봐~"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말도 너무 많이 한다.
특히, 밤에 "잠 좀 자자" 하면 자는 게 싫어서 말을 많이 하고 요구하는 것도 늘어난다.
냉장고를 열어주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고는 문을 닫으며
"아, 안 좋아요 안 좋아~ 안 먹어요!"
"빵 주세요, 블루베리잼 발라주세요."
그래서 빵을 주면
"아, 안 먹어요 안 좋아, 맛이 없어~ 포도 좀 주세요, 포도 좀 제발.."을 반복한다.
어휴, 생쥐 한 마리가 휘젓고 다니며 사람의 혼을 빼놓는 것만 같다.
25개월,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래에 비해 말을 너무 많이, 정확하게 쏟아 내는걸
느낄 때면 나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정 부릴 때마다 일일이 훈육을 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좋은 말로 반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터득한 것이 있다.
무관심.
안 먹어, 맛이 없어, 안 좋아! 하면 그래? 먹지 마.
없는 것을 달라고 떼쓰면, 지금 없으니까 사가지고 와서 줄 때까지 기다려!
기다리기 싫으면 없어! 안 줄 거야!
그리고 보채거나 말거나 모른 척한다.
그러면 제풀에 죽어 슬며시 다가와 "할머니 미안해요, 징징대서 미안해요"하며
연기력 최고의 미소로 녹여준다.
"엄마 밥이랑 김치 주세요
일어나요 엄마~
밥이랑 김치 좀 주세요
물 좀 주세요~"
아침에 눈을 뜨면 "주세요!"로 시작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누구도 안 일어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