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놀고 있는 소리가 소란하다.
씨름 같은 놀이, 일명 깔아뭉개기-아빠가 로리 위로 엎드려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 실은 안고 있는 것을 로리가 붙인 제목-를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할머니, 로리 좀 살려주세요~" 나는 못 이기는 척하며 아빠의 등짝을 찰싹 때린다.
"어이쿠, 항복!" 하며 아빠는 로리에게서 물러난다.
"할머니가 살려준 거다. 아빠괴물 물리친 거다."
하지만, 바로 들려오는 로리의 목소리.
"또 해요! 또 해주세요, 아빠~ 깔아뭉개기 또 해요~"
너무 시끄러워서 그만하라고 애 아빠를 야단쳤다. 계속 또 하자고 칭얼대던 녀석이 이번엔
"아빠 목말 태워주세요~"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하며 한쪽눈을 살짝 윙크하듯 감고는 간드러진 소리로 애교를 부린다, 사내 녀석이...
그 모습에 녹아 아빠는 얼른 아이를 안아 올려 목에 앉힌다.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기나 신나게 흔들어대는 아빠나 둘 다 애들 같다.
"아야! 근데 로리야~아빠가 목이 아파서 그만 내리면 안 될까?" 하며 아기를 내려놓자 울기 시작하는 로리.
"앙~ 아빠 아빠~앙~~~"
도대체 왜 우는 건지... 다시 목말 태워주겠다는데도 싫다고 통곡을 하며 운다.
"앙앙~아빠 아빠~ 죄. 송. 해. 요~ 우우 우우앙~"
죄송하다고?
미안해요가 아니고 죄송하다고? 나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끌어안고 비벼댔다.
"아빠한테 왜 죄송해 로리야?"
"우우우 목말 태워달래서 죄송해요~" 흐느끼면서 이유를 말하는 로리.
목말 태워달래서 아빠가 목이 아프니까 죄송하다고.
아무리 아기여도 말을 배울 때부터 존대어를 하게 했다.
보통은 '할머니 미안해요 징징거려서 미안해요'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죄송해요 라는 높임말을 썼다.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