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요
로리가 적당한 시간에 낮잠을 잔다. 오랜만에 제시간을 찾은 것 같다.
로리가 꿀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나는 읽다만 책을 읽느라 바쁘다.
로리가 흩트려 놓고 읽었던 그림책들 정리하느라 또 분주하다.
늘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낮잠을 안 재우려고 하다 보면 결국 버티다 오후 3시가 넘어 곯아떨어지고 5시 넘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밤잠이 늦어져서 고생이다. 요즘 수면시간 때문에 식구들이 온통 비상이었다.
오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면 12시에 점심 먹고 낮잠을 자면 2시쯤에 일어난다. 그러면 밤 수면이 순조롭게 이어진다. 이 패턴을 유지해야 하는데, 제발...
딱 두 시간 잤나 보다. 다른 때 같으면 눈을 떠서 내가 안 보이면 "할머니~ 으앙~ 물 주세요~"하고 칭얼대며 일어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할머니이~ 잘 잤어요~" 하면서 나를 부른다. 혹시 칭얼댈까 얼른 뛰어갔다.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싱긋 웃는다.
"할머니, 배고파요 빵 주세요!"
"빵? 밥하고 고기 안 먹고? 밥 먹자~밥을 안먹고 잠들었는데..."
" 빵 먹고 싶어요~ 바삭바삭한 빵, 구운 빵 주세요~"
그래, 저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뭐 어떠냐, 준다 줘.
빵을 구워서 잼 살짝 발라서 잘라주었다. 우유랑 같이 맛있게도 먹는다.
"기분이 좋아요~할머니~"
"진짜 잘 잤구나 우리 아가? 기분이 어떻게 좋아?"
"어~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울음 끝도 짧고 많이 징징대는 편도 아니지만 보통 자고 일어나서
이렇게 천연덕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너무 해맑고 진짜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할머니~도와줘요, 잼이 필요해요, 잼 좀 많~이 발라주세요" 쉬지 않고 말하고 쉬지 않고 먹어대는 작은 입.
너무 이뻐서 못 줄게 어디 있나 싶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 로리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할머니 맛있는 빵 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