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서
며칠 전 태풍이 온다는 소식과 함께 비가 조금 내렸다.
비바람이 몰아칠 줄 알았는데 슬쩍 지나갔는지 생각보다 비도 많이 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로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거실창 앞의 소파에 뛰어 올라가 밖을 내다본다.
"비가 안 와요 할머니~"
날은 흐리고 바람이 좀 부는 듯했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거리는 물기가 있다.
창밖 소나무가 흔들린다. 우리 집이 3층이어서 나무는 우리 창을 훌쩍 넘은 커다란 나무들이다.
"할머니~ 나무가, 나무가 점프해요 할머니!"
갑자기 바람이 좀 세게 부니 나뭇가지가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다.
"나무가 점프를 해?"
"네, 바람이 부니까 갑자기 어... 나무가 점프를 해요 이렇게!" 하면서 소파에서 펄쩍 뛰어내린다.
흔들린다는 말도 알고 있다. 그런데 점프를 한다고?
요즘 아무 데나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걸 즐기고 있는 로리다.
위험하다고 주의도 몇 번 주었다.
바람이 불어서 나무가 점프를 한다고 자기도 소파 위에서 점프를 한다.
몇 번 반복하는 걸 다칠까 봐 못하게 했다.
" 할머니! 로리 밖에 가고 싶어요. 바람이랑 점프하고 싶어요"
"비가 올 것 같아, 지금 나가면 안 돼."
"장화 신고 어... 우비옷? 우비! 입고 가서 철벅철벅 할 수 있어 할머니~"
엄마와 아빠는 출근도 안 했는데 먼저 나가겠다는 아가를 책 읽어주겠다고 겨우 달랬다.
엄마, 아빠가 출근을 한다. 쪼르르 따라 나서며
"엄마! 나무가 점프해요, 이따 만나요!, 아빠 로리는 점프 안 해요! 이따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