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도서관에 가요.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은 아담하고 깨끗하고 예뻐요.
유아 열람실은 로리에게 좋은 놀이터였어요.
로리가 좋아하는 책들이 전부 있었거든요.
로리가 매일 도서관에 가니까 사서 선생님들은 로리를 다 알아보셨어요.
하긴, 기어 다닐 때부터 날마다 갔으니까요.
그리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꼭 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모두들 예뻐하셨어요.
아냐세요?
안년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들은 로리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하시던 일도 멈추고는 꼭 인사를 받으러 나오셨어요.
"로리 안녕?" 하며 먼저 인사를 하시기도 했죠.
책을 다 보고 나올 때도 안녕 계세요. 안녕 계세요~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인사를 하고 나온답니다.
그런데 두 돌이 지나고 어느 날부터 로리가 이상해졌어요.
도서관에 들어서면 사서 선생님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아래를 내리고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얼버무리고 그냥 열람실로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로리 안녕? 어? 오늘은 인사 안 해주는 거야?"
책을 다 보고 집에 돌아갈 때에도 쌩~하고 뛰어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물어봤어요.
"왜 선생님들께 인사 안 하는 거야? 그동안 씩씩하게 잘했잖아. 이제 인사하는 거 싫어졌어?"
"인사하는 거 좋은 거야 할머니~ "
"그런데 왜 안 해? 도서관 선생님들이 로리 기분이 안 좋은가? 하고 걱정하시는데?"
".... "
몸을 비비 꼬면서 멋쩍게 웃고 있어요. 그러면서 수줍게 말하네요.
"부끄러워요. 부끄러워요 할머니..." 하면서 눈웃음을 칩니다.
아, 부끄럽대요. 벌써 부끄럽다네요. 쑥스러운 게 맞는 건지 부끄러운 게 맞는 건지...
어느 날 갑자기 슬금슬금 부끄러움이 다가왔나 봐요.
"로리! 부끄러운 게 뭔지 알아? 인사를 잘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인사를 안 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
"부끄러운 거 안 좋아요? 부끄러운 거... 어... 안 좋은 거야 할머니?"
"부끄러워도 인사를 잘하는 건 좋은 거야~ "
인사 잘하는 로리,
아무도 없는 유아 열람실을 어린이집 오듯 날마다 차지하고 있는 로리,
책 읽어주고 물어보면 또박또박 대답하는 로리,
그래서 직원들은 말 잘하고 인사 잘하는 로리에게 모두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지요.
어느 날부터 모두들 자기에게 관심 갖고 말 붙이며 귀여워, 귀여워~ 하는 게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로리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맞겠죠?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요.
좀 더 아기의 모습으로 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억지스러운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