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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Sep 18. 2024

할머니는 사랑스러워

행복 좀 주세요

창밖을 내다보니 소나무가 흔들린다.

오늘은 바람이 좀 있네, 더위가 좀 가라앉으면 좋을 텐데... 혼잣말이었다.

옆에 있던 로리가 대꾸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요 할머니~"

살랑살랑,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살랑살랑이라는 그림책을 보여줬던 생각이 났다.

"우리 로리는 그림책에서 본걸 금방도 써먹는구나."

"로리는 꿈틀꿈틀도 알아요 할머니, 애벌레는 꿈틀꿈틀하고 달팡이는 느릿느릿 가요"

요즘은 말을 빨리빨리 하느라고 발음을 대충 씹어 넘기기도 한다.

달팡이가 아니고 달팽이라고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제대로 한다.


"로리는 말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착하니까 할머니가 팬케이크 만들어줄게~"

낮잠 자고 일어나면 주려고 팬케이크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로리도 만들고 싶어요 할머니~ 팬케이쿠 로리가 좋아하는 거 만들래요~"

그래서 시작했다. 계란물로 거품 내는 걸 해보라고 살짝 기회를 준 것이다.

거품기를 가지고 이리저리 휘젓다가 갑자기

"할머니는 사랑스러워~ 하하하 하하하" 뜬금없는 칭찬 아닌 칭찬에 어이가 없다.

"할머니가 사랑스러워?"

"네, 할머니 사랑해요~" 이젠 사랑 고백까지... 어쨌든 기분이 좋다. 

사랑스러운 건 우리 아기, 로리가 더 사랑스럽지...

이런 맛에 힘든 줄 모르고 키우는 거지,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또 한마디 한다.

"할머니~ 행복 좀 주세요 행복!"  잉? 행복을 달라고? 어떻게 주면 되는 거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행복은 어떻게 주는 거야 로리?"

"이렇게! 이렇게 해 봐 할머니!" 하며 한쪽 눈을 찡그리며 윙크를 한다.

아~ 그게 행복이었구나. 돌 지나고부터 윙크를 얼마나 이쁘게 하던지 보는 사람마다 행복하다고 했었다.

행복이 충전된다고 했었다. 정말 그 모습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까.

이젠 돌려달라는 걸까?

"로리야! 할머니가 행복 줄게, 받아~" 윙크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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