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6월의 함성

Slavia Eden Stadium에서

by 혜솔

축구 경기장,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체코와 한국의 대표팀 평가전이 이곳 프라하에서 있었다. 체코 국가대표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대표 선수들이 이 먼 곳까지 와서 잘 뛰어준 것만은 사실이다. 운이 따라 주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는 느낌도 살짝 든다.

아들이 축구를 못하게 된 뒤로는 솔직히 이 종목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었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동안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없이 함께 뛰었던 내 존재가 없어진듯한 공허함이 오래갔기 때문이다.

이 경기장도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대표 평가전이라 교민들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러 가는데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따라나섰다. 생각보다 관중은 많았다. 역시 유럽은 축구가 인기 있는 종목인가 보다.


저기, 내 아들이 뛰고 있는 양 가슴이 벅차기 시작했다. 요즘 떠오르는 별, 주세종 선수가 미드필더로 뛰고 있었다.

“세종아! 파이팅!” 크게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작고 여렸던 어린이였는데 이렇게 관중석에서 보다니... 새삼 아들의 초등학교 축구부 시절이 머릿속에서 꿈틀댄다.

세종이와 우리 아들은 유독 작고 어렸었는데, 그동안 세월이 참 많이 지나갔구나 싶다.

교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우리대표팀이 먼저 선취골을 넣었다. 윤빛가람 선수다. 장하다, 응원석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체코 사람들은 풀이 죽는다.

관광온 여행객들도 모두 스타디움으로 모였다.

이 경기 이전에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어이없는 실수의 연발로 1:6이라는 수치의 패배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체코와의 평가전은 자신감을 충전하는 계기가 될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골을 득점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상대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리는 기가 살아나는 첫 골이다.

우린 모두 붉은 악마가 되었다. 여전히 스타디움에선 대~한민국! , 오~ 필승 코리아가 울려 퍼지고 내 가슴은 2002년도 대한민국에 축구 열풍을 일으킨 한. 일 월드컵 시절에 머물기로 한다. 그 시절 어린 꿈나무였던 내 아들은 브라질로 축구 유학길에 올랐고 대한민국은 붉은 물결로 출렁이며 연일 승승장구했었다.

지금, 그때의 그 함성을 듣는 착각으로 나는 체코의 한 축구장에 앉아서 대한민국을 열심히 외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석현준 선수의 두 번째 골이 우리의 기를 더 살려줬다. 윤빛가람의 어시스트다. 잘한다 우리 아들들...(오랜만에 우리 아들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축구부 부모들은 선수 모두를 아들이라 불렀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에서 눈물이 핑 돈다. 군 복무 중인 내 아들도 곧 이 소식을 알겠지.

그렇게 전반전을 2:0으로 장식하고 우리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는 감격했다.

윤빛가람이 프리킥을 준비하는 순간, 체코의 저 골키퍼는 세계적인 선수

후반 들어서 체코팀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체력으로 우위인 듯, 유난히 반칙을 유도하고 반칙을 해 대기도 했다. 결국 후반전 시작하고 5분 만에 체코팀에게 한 골을 내주는 우리 선수들, 참 흔히 봐 왔던 일이다. 늘 하는 말이 있다. 경기 시작 후 5분과 경기 끝나기 5분 전을 집중하라는... 축구선수를 둔 부모들도 운동장에서 다 함께 외치는 말이다.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체코 선수들의 기는 살아나고 우리는 쫓기는 입장이 되어버린 후반전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 실망할 시간이 없다. 꿋꿋이 지켜나가야 한다.

심판은 비교적 공정했다. 경고를 두 번 받았던 체코 선수하나 가 퇴장을 당했다. 우리는 더욱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은 나오지 않았다. 체력이 저하된 상태라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 선수들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수비 위주로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는 2:1로 끝났고 승리한 대한민국, 우리 모두는 신이 났지만 사실 나는 아쉬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 운이 따라주어서 실점을 하지 않았다. 체력이 우위인 체코가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다가 반칙을 많이 해 퇴장 선수가 나오기까지 했지만 그 유리한 상황을 잘 살리지 못했다.

역시 우린 체력으로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인가. 늘 해 왔던 고민이다. 오늘 나는 축구선수의 부모가 되어 늘 해왔던 걱정을 또 하고 있다.

그래도 다시 대~한 민국을 외치며 감격스러웠던 순간들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경기를 마치고 관중석으로 인사하러 오는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