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즐거움

체코의 맛, 프라하의 맛!

by 혜솔
맥주 PIVO

프라하에서 살아보겠다고 비행기를 타면서 했던 소소한 생각 중에 하나는 맥주나 실컷 마시고 와야지 였다. 독일보다 먼저 맥주를 제조했던 체코는 맥주 애호가들의 천국이다. 체코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도 여러 종류의 맥주를 테스팅하거나 맥주의 도시 플젠을 찾아가 견학을 하고 체험하는 것은 거의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맥주를 시음하며 즐길 수 있는 클럽이 프라하 시내에선 관광코스로 지정된 곳도 있다.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로는 버드와이저의 원조격인 '부드바(Budvar)'와 오리지널 필스너인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quell)'이다. 필스너 우르겔은 플젠이 본고장며 필스너로 인해 플젠 역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도 필스너 우르겔이다. 거리를 걷다가 지칠 즈음 근처 아무 카페나 들어가 앉는다. 더위와 갈증을 날려버리고 싶은 욕구는 맥주 한 잔으로 해소된다. 쌉싸름하고 톡 쏘는 짙은 맛에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면 '음... 이 맛이야.' 하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장 즐겨 마시던 이 맥주가 지금은 체코가 아닌 한국 어디서고 맛볼 수 있다니 세상은 얼마나 가까워진 것일까. 그러나 필스너는 체코에서 마셔야 제 맛인 건지도...

나는 이곳에서 생각보다 맥주를 자주 마시지는 못했다. 주중에는 밤늦게 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맥주 마실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마신 필스너 우르겔

걸어서 20분 거리에 Břevnov 수도원이 있다. 마르겟츠카 수도원(Markétská klášter)이라고도 한다.

이 수도원 안에는 호텔이 있고 맥주 양조장이 있다. 거기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독특한 맛의 이곳 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매주 주말이면 들르는 편이다. 주일에는 미사를 본 후에 수도원 주변을 산책하다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이곳 양조장에서 만든 생맥주를 맛보는 일이 가장 큰 행복이다.

지난봄 어느 주일엔 수도원 근처 잔디밭이 온통 맥주통들로 가득했었다. 아마도 맥주 축제가 열린 모양이다. 아무 정보도 듣지 못한 채 미사를 보려고 왔다가 잔치 분위기에 젖어 신이 났었다. 각 양조장마다 자기들 맥주를 선 보이려고 시음회를 하기 위해 모인 것도 같았다. 마시고 싶은 집의 맥주를 돌아가며 마실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프라하에 온 지 한 달만에 맛보는 온갖 맥주 덕분에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 나절을 보내야 했다.


마르겟츠카 수도원안에 있는 양조장의 생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아들 요한
맥주 축제가 열렸던 봄날의 어느 일요일
맥주는 안주없이 먹어도 좋지만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싶을땐 구운감자에 볶은 양파를 곁들인 샐러드와 함께 먹어도 좋다.
수도원의 뒷길로 나오면 마을로 들어서기 전 우아한 레스토랑이 있다. 이 집의 맥주는 코젤이다.

체코의 맥주가 필스너 우르겔이나 부드바 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가 먹어본 것들은 대개 필스너와 부드바 그리고 스타로프라멘(Staropramen)과 코젤(Kozel)이다. 아, 요즘은 낮에 즐겨먹는 것이 따로 있다. 휴일을 밖에서 보내느라 돌아다니다 보면 대낮부터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아마도 백야현상으로 낮이 길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멋모르고 낮부터 맥주를 여러 잔 마시다 보면 취기가 올라오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사람들 많은 곳을 지나기가 민망하다. 대낮부터 여자가 혼자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하고 바라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혼자 생각에 그렇다. 그런데, 체코엔 무 알코올 (non-alcohol) 부드바 가 있다. 맛은 맥주와 똑같은데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정말 신기하게도 맥주 부드바의 맛 그대로였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맥주. 대낮부터 맥주 생각 간절한 사람들은 꼭 non-알코올 부드바를 찾으시길.... 꼭 부드바(Budvar) 여야 한다. 다른 무알콜 맥주는 맛이 없으니까.




뜨르들로 Trdlo

체코의 전통 빵인 뜨르들로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지만 맛있다, 정말 맛있다.

기다란 나무 봉이나 스테인리스봉에다 이스트 반죽을 돌돌 감아서 갈색으로 구운 다음 계핏가루와 설탕을 듬뿍 뿌려준다. 구워진 다음 나무 봉에서 빼냈으니 가운데가 뚫려있다. 거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담아서 딸기 하나 얹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가격이 오리지널의 두배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심플하게 만든 것을 좋아한다. 계피와 설탕만 듬뿍 뿌린 따끈따끈한 뜨르들르가 제일 맛있다. 견과류나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것은 뜨르들르 본연의 맛이 아닌 것 같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길거리에서 한 손엔 맥주잔을 들고 한 손엔 뜨레들르를 들고 안주삼아 먹었을 때가 가장 맛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이다.



꼴레뇨 Koleno와 굴라쉬 Goulash


한국엔 장충동 돼지족발, 독일엔 학센, 체코엔 꼴레뇨다.

꼴레뇨는 돼지족을 맥주와 함께 삶은 뒤 훈제 구이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매우 부드럽고 촉촉하다. 아들이 프라하로 휴가를 왔을 때 체코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데리고 간 곳이 레스토랑 Slavia다. 솔직히 꼴레뇨는 구시가지에 유명한 집이 많다. 이곳은 순전히 블타바 강변을 바라보며 분위기 잡기 위해 데리고 온 곳이다. 맛이야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니... 나는 굴라쉬를 먹었다. 굴라쉬는 헝가리에서 처음 먹었었는데 그것과 체코의 굴라쉬는 조금 다르다. 헝가리의 굴라쉬는 매운 야채 스프라고 할까, 고기에 야채 여러 가지 넣고 파프리카로 매운맛을 가미한 것인데 우리의 육개장 맛 같아서 겨울에 먹기에 아주 좋았다. 체코의 굴라쉬는 크네들리키(Knedliky)라고 하는 체코식 찐빵을 곁들여 나온다. 그 빵을 찍어 먹기에 알맞은 농도의 소스가 굴라쉬이다. 빵을 좋아하는 내가 체코식 찐빵인 크네들르키를 처음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어릴 적에 엄마가 만들어준 앙꼬 없는 찐빵과 똑같아서이다. 카우프란트(독일식 대형마트)에 가보니 이 빵이 냉장식품에 진열되어 있어서 사가지고 온 적이 있다. 나는 이 빵을 그냥 먹어도 맛있게 느껴진다. 내 유년시절을 먹는듯한 느낌이다.

꼴레뇨와 굴라쉬, 보기만 해도 좋은가보다.

체코에 가면 이것을 먹어봐야 한다, 저것은 꼭 먹어라, 어디가 맛있는 집이고 어디가 유명하다 라는 여행객들의 포스팅은 거의 비슷하다. 대개 여행객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그런 글들을 본 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고 여행사에서 안내를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도 일부러 찾아가 본 적도 있다. 혼자서 들어가 우아하게 먹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은 편하고 즐거운 내 기분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맥주 한 잔과 뜨레들르 하나를 들고 공원으로 가는 걸 즐긴다. 캄파나 페트리진의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서 프라하의 바람과 하늘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제일 즐겁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신들 어떠한가. 세상은 커다란 미술관이고 나는 가장 행복한 관람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