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눈 이 내린다

by 혜솔

눈을 감으면 하얗게 들린다

투명한것들이 부딪히며 내는

침묵이 쌓이는 소리

은빛 떨림


귀를 창문 가까이 대어본다

유리너머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려앉는다

얼어붙은 속삭임으로


고막에 닿는것은

시간의 무게

한겹 다시 한 겹

적막이 쌓이는 밤

하얀 것들이 사라지는 소리

땅에 닿는 순간 녹아드는

부드러운 소멸


세상이 지워지고 있다

소리없이 천천히

귓속까지 하얗게 채워지는

겨울밤의 고요



밤새 눈이 살풋 내렸다. 땅에 닿자마자 기척도 없이 녹아내리는 눈이다. 도로는 이미 뿌려둔 염화칼슘으로 인해 속절없이 젖어 든다. 아침이면 빙판길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겠지만, 사고를 막으려 뿌린 그 흰 가루가 도리어 세상을 하얗게 지워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보호와 소멸 사이에서, 겨울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