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야, 제발 쫌!

바가지 머리의 대만 어린이

by 혜솔

크고 짙은 눈썹 그리고 숱이 많은 바가지 머리의 꼬마와 나는 무언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저 아이의 눈엔 내가 착하게 보이는 아줌마일 것이다.

나는 계속 미소를 짓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 눈은 그 아이에게서 떼지 않는다.

꼬마는 식탁에 놓여있는 수저받침을 전부 모아서 이리저리 옮겨 놓는다.

빈 테이블마다 세팅되어 있는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니며 한 곳에 쏟아 놓기도 하고

이쪽 것을 저쪽으로 섞어 놓기도 한다.

꼬마는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며 그 작업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느라고 그 모습을 슬쩍슬쩍 보면서도 말리지 못한다.

그들이 주문한 음료가 다 만들어졌다.

나는 음료를 그들의 테이블에 놓아주며 "꼬마가 참 귀여워요!"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의 엄마는 그제사 멋쩍은 듯 웃으며 아이를 불러 세웠다.

아이는 엄마에게 끌려 자리에 앉았다. 잠시, 아주 잠시였다.


조리실에서 음식이 올라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는 음식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번엔 수저받침을 넣어둔 상자가 있는 테이블 앞에서 서성인다.

테이블마다 세팅하여둔 수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아이의 주머니에선 달그닥 달그닥

수저받침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아이는 그 소리가 재밌나 보다.

수저받침들을 넣어둔 상자 안으로 아이가 손을 내미는 순간, 나는 나지막하고 짧고 강하게 소리쳤다.

"다메"

아이의 아빠가 돌아봤다.

됐다, 이제 제 아빠한테 걸렸으니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있겠지.

아이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입은 앙다물고 눈만 웃어주었다.

낌새를 알아차렸겠지.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불렀다. 음식이 나왔으니 먹자는 얘기 같았다.

그런데, 일본말이 아니다. 이런!

나는 이들이 일본인 가족인 줄 알았다. 물론 주문을 받을 땐 서로 영어로 말을 하니 몰랐다.

중국말인 듯하기도 하고... 아이는 아빠에게 끌려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은 음식을 먹느라 조용했다.

그 사이에 나는 아이가 벌려놓은 일거리를 정리하느라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분주했다.

아이의 양쪽 주머니에서 꺼낸 수저받침들을 아이의 엄마가 미안하다며 갖다 놓았다.

알고보니 타이완 사람이었다.


사내아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고 생각하다가 내 아들의 어릴 적을 돌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내 아이는 저렇게 산만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 이건 가정교육 문제야.

저 엄마는 너무 아이에게 흔들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야지.

가정교육은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 거잖아.

혼자, 속으로 툴툴대다 보니 문득 머릿속으로 스치는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나에게 소곤소곤 이야기 하고있다.

어느 식당에서였던 것 같아. 엄마들의 수다가 한참 이어질 때,

한 엄마가 놀라 소리치며 일어섰어. 그때 그 엄마의 다리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스타킹을 신은 친구 엄마의 다리를

쓰다듬던 아이.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하는 엄마들의 소리에

"아줌마 살이 보들보들해서 좋아!"

스타킹을 신었던 엄마들의 다리를 한 번씩 다 쓰다듬었는데

모두들 수다를 떠느라 몰랐었다지.

그 꼬마가 바로 네 아들 훈이었다지?


참, 엉뚱한 사내 녀석들이다. 키울 땐 이렇게 짓궂고 엉뚱한데 다 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모는 다 잊어버리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