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공원 숲길 모퉁이에서 어마어마한 페퍼민트 군락을 만났다. 이곳에서는 이게 별일이 아닌가 보다.
물론 민트 종류는 월동 식물이라 겨울을 잘 버티고 뿌리가 번지면서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번식력도 좋긴 하다. 누가 한뿌리 집어던진 것이 잘 자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키가 크고 튼실한 민트 숲을 만나다니... 우연이 자연이고 자연이 우연이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반대편 길섶엔 레몬밤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비누냄새로 많이들 기억하는 레몬밤.
다른 풀들과 얽혀있어 바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향기가 나는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 모를 잡풀들 사이에 빼곡히 들어차 죽죽 뻗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상쾌해지며 내가 가꾸던 산골의 허브 밭이 자꾸만 생각난다.
충청북도 산골에 살 때도 나는 일부러 허브 모종을 구입해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가꾸었다.
허브들을 너무 좋아해서 잎이 자라면 채취해 차를 만들기도 했다. 일단 향기 있는 밭을 일군다는 게 좋았다.
그것들을 만지는 감촉이 좋았다. 살짝 덖거나 말려서 민트차를 만들고 레몬글라스와 메리골드꽃잎을 섞어서 블렌딩 허브차로 만들어 판매도 하고 선물도 했다. 그 일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프라하에서도 꽃시장에 가보면 허브 모종들이 많이 나와 있다. 특히 민트류는 그중 가장 다양하고 향이 짙은 허브다. 며칠 전 이케아에 들렀을 때 레몬그라스랑 쵸코민트 모종 두 포트 사가지고 왔다. 잘 키워서 번식시킬 생각이다. 여름 한철 지나면 많이 자라기 때문에 허브차를 만들 수 있다. 그 차를 메뉴에 올리고 주문을 받고 그럼 나도 내 분야 하나는 생기는 거 맞네. 혼자 흐뭇해하며 산책을 한다.
아, 민트 좀 따 가지고 가야지, 그리고 담장에 붉게 오른 장미 몇 송이로 꽃 차를 먼저 만들어야겠다.
집으로 가는 길에 페퍼민트를 따고 레몬밤을 따고 잔디 사이사이의 캐모마일을 따는 일이 새로운 일이 되었다.
산책하는 사이사이 한 줌씩 따다가 말리고 다른 허브들이랑 섞어서 블랜딩 허브티를 만들어야지.
한국의 산골마을에서 하던 일을 이곳에서 다시 하다니...
모종을 사다 심어 가꾼 것보다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것들을 채취하는 일이 더욱 행복으로 다가온다.
내가 해 오던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생각지 못한 곳에서 하고 있다는 그 즐거움으로 하루하루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