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가씨의 늦은 저녁
자장면 먹는 모습이 슬퍼 보여
그녀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늘 비슷한 시간에 찾아왔던 것 같다.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그녀는 자장면 한 그릇을 전화로 주문을 해 놓고 몇 분 후에 도착하곤 했다. 식당이 문을 닫을까 봐 그랬던가보다.
그날도 제이슨이 전화를 받고 조리실에 자장면을 주문해 놓았다. 몇 분 후에 그녀는 혼자 웃으며 들어와 7번 테이블에 앉았다. 바로 조리실에서 자장면이 올라왔다. 테이블 위에 놓아주고 돌아서 카운터에 서고 보니 그녀가 자장면을 먹는 모습이 정면으로 보였다. 이미 손님은 다 빠져나간 뒤라서 조용했고 정리할 일만 조금 남은 상태였기에 궁금했다. 9시가 훌쩍 넘어서야 저녁을 먹게 되는 이유도 그랬고 어느 나라에서 온 무엇을 하는 사람 일까도 궁금했다. 혹 나 같은 여행자일까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이 그녀와 몇 마디 주고받은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베트남 사람이고 프라하에서 식품가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자장면이 먹고 싶어 가끔 이 식당을 들르는데 식당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집이 아닌 대중식당에서 여자 혼자서 먹는 늦은 저녁, 한국에서도 흔치 않은 모습이지 싶었다.
그녀의 젓가락질은 무거워 보였다. 고개를 들지 않고 천천히 젓가락에 면발을 감아올리는 모습, 자장면을 입안으로 후루룩 집어삼키는 소리, 무겁고 고단해 보였다. 제이슨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장면 먹는 모습이 왜 슬퍼 보이지?"
순간 내 눈은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긴 머리칼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어느 그림의 한 장면 같았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막이, 그 밤을 소각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슬프게 다가왔다.
그녀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내곤 빙그레 웃으며 일어섰다. 계산을 끝내고 나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그 어둠 속에 그녀가 서 있었다. 고단했지만 달콤한 포만감이 주는 느긋함에도
그녀의 어깨는 처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