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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다짐

핸들을 잡지 말까?

by 혜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듯하다.

내 앞에서 빨간 신호에 걸려 멈추게 되면 앞서가던 차가 빨리 지나가지 않아 내가 걸린 거라고 투덜투덜,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데 또 왜 앞차들은 꾸물대는지 내가 움직일 때면 노란불로 바뀌고 만다. 여지없이 내 입에선 막 욕이 쏟아지는 순간이다. 결국 내 앞에 차가 없는 상태에서 신호에 걸리면 그러려니 하고 순응하지만 내 앞에 차가 앞서가던 중 신호대기에 걸리게 되면 앞 차들 때문이라고 씩씩 거리게 되는 거다.

새해 첫날,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을 땐 늘 한결같은 내 모습이지만 운전을 할 때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왜 그럴까.

왜 느긋하지 못하고 막힘없이 달려야만 하는 걸까

지난해 첫날에 나는 다짐했었다.

운전하면서 절대로 욕을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새해 첫날을 출발하는 상투적인 결심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작심삼일...

2018년 첫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해마다 으레 적으로 하는 생각을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새해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것들과 이건 꼭 지켜야지 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 다 날아가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결심이 허물어지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 버리고 말았던 날들...

그렇게 새해는 때가 묻은 헌 해가 되어 지나가고 다시 새해를 맞는다.

여지없이 또 결심하는 새해 다짐.

다짐이 그냥 다짐으로 끝나지 말자. 변화를 일으키자.

내가 나에게 작은 변화를...

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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