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 신부 양측을 다 아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사귄지 한달 남짓, 풋풋 꽁냥대던 그 커플이 몇달 뒤 결혼할 커플였다니..
만난 초기부터 결혼까지 보게된 덕분인지
처음 본 둘의 모습이 운명적인 만남처럼,
아름다운 잔상으로 남았다.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나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운명조차 내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 내가, 그 사람이 있었기에 만날 수 있었고,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 나를 가져다 놓은 것은 바로 나니까
기적같은 순간이,
운명적인 만남이
내 삶에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찾아들 테니까 :)
푸른 밤 _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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