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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Feb 02. 2024

글을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왜 쓰나










썼던 글을 고치느니 새로 쓰는게 백 번 낫다.



‘써둔 글 울궈 먹어야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옛날 옛적에 써둔 글을 집어 들었다가 이틀간 된통 당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쓴 것인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책 속의 문장을 활용하면서 읽은 티를 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럴 바에 원작을 읽지, 내 글을 뭐 하러 읽나.


책 속의 문체를 활용하면서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위기감을 품은 고요함, 그 알싸한 문체가 소설 밖으로 나오니 어렵고 어두운 글이 되었다.


글을 통해 전하려던 메시지는 여전히 전하고 싶은 것이어서 열심히 고쳐봤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글이 너무 어려워서 메시지가 가려지는 느낌?


글을 쓰면 속내가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면서 후련해져야 하는데  글은 되려 한 꺼풀 더 입는 느낌이다.


내가 썼지만 내 글 답지 않다.

지금의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니다.






나를 알고 싶다면


글을 쓰면 나를 들키게 된다.

꾸미면 꾸미고 싶어하는 나를 들키게 되고,

망설이면 망설이는 나를 들키게 된다.


쓰면서 나를 알게 된다.

쓴 글을 보면서 나를 되짚게 된다.


나다운 글이 뭘까.

나는 글을 왜 쓰나.

지금의 나는 어떤 글을 원하나.


전하려는 말은 같아도,

전하는 나와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글이 달라진다.





안심하고 싶다면


사람은 생물이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다.

성장해야 번식하니까.


특히 청년이라 불리는 나이에는 더욱 성장 욕구가 강한 것 같다.

달리고 있어도 불안하다.

맞게 가는 건가, 잘못되지 않을까, 온갖 고민과 번뇌로 속이 시끄럽다.


쉬고 있거나, 다수가 이상하다 말하는 길을 갈 때는 더욱 불안하다.

괜찮아, 지금 쉼이 필요한 시기야. 지금 안 쉬면 계속 고생해.

괜찮아, 충분히 고민 했잖아. 돌아가는 것 같고 사서 고생하는 것 같고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게 맞는 길이야.

아무리 다독여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럴 때면 글을 쓰면서 다독인다.

그래, 이런 생각으로 이러고 있는 거지, 정리하고 확신한다.


써왔던 글을 보면서 다독인다.

그래,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이만큼 달라졌잖아.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잖아.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뭔가, 종합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거야.

지금의 글이 더 편하고 만족스럽다면 지금의 내가 나아지고 있는 거야.





마음을 주고 받고 싶다면


그리고 그런 경험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과,

겪을 때의 나와, 겪고 난 나를 전부 내보이고 감정과 마음을 실으면,

그만큼의 마음이 온다.


우리는 처음 살아보는 삶을 조금 먼저, 조금 뒤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상황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겪고, 비슷한 마음고생을 한다.


그것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과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주고 받는게 좋아서 글을 쓰고,

굳이 올리는 것 같다.


지금의 나와, 나의 마음가짐은 이렇다.

또 변해갈테지만,

부디 지금의 글 보다 성숙된 모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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