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남편의 ADHD진단,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의미

by 느린숨

또 한 번의 폭풍, 남편의 진단

한 번의 폭풍 후,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아이의 ADHD 진단 1년 후, 남편도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가 유전적인 영향이 있다 하지만 믿지 않았다. 100% 유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모습과 아이의 모습에서 일치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똑같은 집에서 생활하지만 나와 딸은 식탁을 지나가면서 발을 찧거나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거 가볍게 지나가는 정도의 일이고, 진짜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다.


“에이, 진짜 저 OOO을. 아우 씨 ~~~.” 거친 욕설이 흐른다. 뒷자리에는 아이들이 앉아 있다. 남편이 운전을 할 때면 감정의 표현이 단계별이 아니라 돌발상태로 욱하고 터질 때가 많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건 남편 같았다.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야. 애들 앞에서 좋게 표현하지 못해?” 꾹 참고 있던 입이 비난의 말이 나오는 순간 차 안의 공기는 얼음장으로 굳는다. 이런 상황이 운전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크고 소소하게 날마다 펼쳐진다.


특히, 자신을 비난하는 게 아닌데 다른 의견을 말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집안 곳곳에 설치된 지뢰밭이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시간이었다. 편도체가 날뛰는 삶을 살아오느라 지친 내 몸과 마음은 수시로 우울과 무기력으로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완전한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와의 결혼 생활은 위태로웠고, 남편을 선택한 나를 원망했다. '아이 때문에 산다'는 말도 공허했다. 전업맘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내가 어떻게 이혼을 꿈꿀 수 있었을까? 그 현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야 했다.


삶이 나에게 묻는 질문

그때 나에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았던 사람, 빅터 프랭클이다. 끔찍한 강제 수용소 안에서도 그는 '의사와 정신' 원고를 집필하겠다는 열망으로 살아냈다. 극한의 역경 속에서도 삶을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가, 상처로 얽히고 꼬였던 내 마음을 서서히 녹여주었다.

나는 힘들 때마다 시야를 확장해 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문제에만 집중하면 함몰될 것 같을 때, 나보다 훨씬 더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받아들인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린다. 빅터 프랭클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프랭클은 말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이다." 이 말은 내가 삶의 의미를 묻는 대신, 삶이 나에게 ‘지금 이 순간, 환경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답을 찾아야 한다. 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ADHD 남편과 살아가는 아내로서 매일의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그 과정이,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행위가 될 테니까.


빛나는 말, 다시 가족을 세우다

빛나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세우고, 안정 애착을 이루어낸 것처럼, 남편과의 관계 회복도 불가능은 아니라는 믿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의 안정적인 정서를 위해 부모가 한 팀이 되어야 한다. 부모의 진실된 삶의 모습이 말과 하나로 흘러야, 아이는 그 안에서 성장한다.


지금도 완벽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계획한 삶은 아니지만, 주어진 몫을 수용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이다. '나는 나로서 충분한 엄마'라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로서 충분한 가족'이라는 사실도, 그 사랑은 아직도 자라고 있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단단하게.


나는 이제 ADHD 남편과 ADHD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아이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감정 조절이 미숙하지만 도우려는 마음과 창의성이 담긴 표현력이 있다. 남편은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셀프 인테리어를 80%나 혼자 힘으로 완성했다. 전공자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튜브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해낸 그의 집념이 곧 그의 강점이다.


나는 이제 그 강점을 바라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조금씩 다른 어려움을 경험하며 저마다 시들지 않는 빛을 지닌 존재다. 내 삶에 찾아온 ADHD로 인해, 나는 누군가의 삶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는 힐링맘코치이자 부모교육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겪는 부모, 가족, 교육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동료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나처럼 흔들리고, 때로는 자신을 의심하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 그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힐링맘코치의 빛말테라피

엄마의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마음이 바닥에 닿아 한없이 작아지는 날,

스스로를 다그치고 싶을 때, 마음으로 이렇게 말해 주세요

“엄마의 사랑은 모두 증명할 수 없어도, 나는 나로서 충분한 엄마입니다.

오늘의 나를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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