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후회와 감사 사이

by 느린숨

ADHD, 유전과 사랑

급발진 버튼이 작동한 뒤에도, 마음속 기류는 움직였다. ADHD 원인 은 75% 이상 유전자와 연관성이 높은 질환이다. 환경적인 요인이나 잘못된 양육 방식이 발병원인이 아니다. 정확히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뿌리를 알 수 없지만, ADHD를 아이에게 물려준 부모가 되었다.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부모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인생에 ADHD를 만났다.


혹시 누구일까? 누구에게서 흘러나온 걸까? 범인? 찾기가 나도 모르게 시작된다. 마음속으로는 아니겠지 하면서 남편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된다. “아비는 어렸을 때 장난기 많고, 산만했어.” 어머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마음을 어지럽혔다. 보통의 남자아이에서 나오는 행동이겠지 하면서도 유전이라는 말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부모가 아니어도 아이는 ADHD가 생길 수 있다. 유전이라 하지만 정확한 어디에서 온 출처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다. 지뢰밭 터지듯, 100톤의 무게에 가까운 억울함이 남편의 얼굴로 튀어나오려는 상황을 수용의 마음으로 덮는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서글픈 마음을 비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일을 받아들인다. 어제의 모모와 오늘의 모모는 달라진 게 없다. 상승기류와 하강기류에서 떠도는 공기와 같은 건 나다.


인생은 참으로 얄궂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 부모교육 강의를 한다는 말인가.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사춘기 부모특강 4회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불편하고 어려운 마음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의> 저자 김붕년 교수님의 책에서 인생의 해답을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 김붕년 교수님의 책에서 인생의 해답을 우연히 발견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왜’? 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유를 찾으면 도움이 됩니다. 질환 연구를 할 때도 원인 요소인 ‘왜’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죠. 병적 질환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단이 올바른 치료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청소년기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왜’에 집착하면 문제 해결이 더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대개 복잡합니다. 어느 하나만 탓할 수 없죠. 이 경우 ‘왜’에 집착하며 개선 방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탓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정작 문제의 해결은 외면할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왜’를 찾으려는 마음을 들킨 것 만 같았다. 너에게로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원인을 분명하게 정하고 싶었다. 대놓고 당신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면에서 나에게 미안함을 품은 채 살아야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어.’라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오물을 뒤집어쓴 채로 남편에게 독설을 쏟아낼 뻔했다. 작은 곰팡이 하나가 습한 물기를 품을수록 온 집안을 구석구석 점령하듯이 원망의 목소리가 번지는 것을 끊어줬다.


사춘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시작한 강의가 나를 세웠다.

인생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하기 쉬운 사춘기, 오지 말아야 하는 불청객 사춘기, 저항과 반항의 부정적인 모습 사춘기가 아니라, 나는 그것을 생의 두 번째 찾아온 기회이자 우리 가정에 찾아온 골든타임으로 받아들였다. 매일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나는 모모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남편을 향한 분노와 유년시절의 상처, 현실의 어려움까지 차분히 관찰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에디트 에바 에거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일깨웠다. <나는 희생되었지만 희생자가 되지 않았고, 상처받았으니 무너지지 않았다>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의 문장을 만났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나는 그 말을 붙들고, 모모와 남편에게 보내는 시선을 다시 세웠다. 과거의 상처와 미움이 마음의 감옥을 만들었지만, 이제 나는 그 감옥의 문을 열고, 사랑과 이해라는 순풍을 집안에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마음의 균열이 하나씩 녹으며,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모모의 존재는 나를 성장시키고, 남편과의 관계는 조금씩 다정해졌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간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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