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옥에서 천천히 벗어난 뒤, 모모와의 관계에서 조금씩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 바람은 자연스레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닿아, 굳어 있던 마음을 하나씩 녹였다. 그날 나는 스터디 모임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모모의 이야기를 꺼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 힘들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문득 궁금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
교회에서 스터디 모임을 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모모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믿을 수 사람, 힘들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문득 궁금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무엇을 알고 싶은 걸까?
“이번 주 진료 잘 다녀왔어요?”
“ 네, 모모 아빠와 함께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약 복용에 대해서 거부가 심했요. 치료 방법에 대해서 남편과 의견이 달라서 걱정했죠. 남편의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를 물어보니까. 의사 선생님께 ADHD약을 먹고 얻게 되는 유익한 점, 아이의 보다 나은 삶, 딱 이 한 문장이 들어왔나 봐요.”
“에고, 애썼네요. 다행이에요. 그런데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었겠어요? 모모가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잖아요. 치료를 빨리 시작했으면 덜 힘들었을 거고요. ADHD는 유전이잖아요. H 씨를 봐서는 아닌 것 같고, 혹시 모모가 아빠를 닮은 걸 까요? 아빠가 산만하거나 뭐 그랬나요? ”
예상은 했다.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도 나에게 했던 말 아닌가. 그들의 말은 감정에 휘둘릴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옆길로 빠지지 않고 지금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내 생각을 차분하게 전해주었다.
“5년 전이의 저라면 그랬을 거예요. 더 일찍 아이를 데리고 종합심리검사를 받지 않았을까. 내 탓, 남편 탓을 하며 울고불고 뒤집어졌을 거예요.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고 후회로 밤을 지새웠을 게 훤히 보여요. 누가 시켜서 한 결혼도 아니고, 엄청 따지고 분석해서 선택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말로 표현하기보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반대로 욱하고 터트리는 성향의 남자일 거라고는 몰랐죠. 알았다 하더라도 연애 때는 잘 보이지 않잖아요. 모모가 어렸을 때, ADHD 진단을 받았다면 얻는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있던 것도 아니고요. 모모는 없고, 온통 ADHD 증상만 집중해서 봤을 거예요. ADHD에 깊이 함몰되어서 모모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맛보지도 못한 채 살았겠죠.
오히려 지금 알게 되어서 감사해요. 모모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마음이에요. 내 아이가 ADHD일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어요. 이번 경험으로 깨달았어요. 나의 모성은 쓸만한가? 아이의 때를 믿고 기다려주는 게, 공부를 신경 쓰지 않는 엄마, 타인의 시선에 비친 모습대로 방임, 방치하는 엄마인가? 하는 걱정으로 사랑을 의심했어요. 불량식품 같은 사랑, 온전하지 못한 사랑은 아닌가? 확신이 부족했어요.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 ADHD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 뿐 아이의 정체성이 바뀐 것도 아니고요. 무엇을 잘해서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지금에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랬다. 아이가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