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1순위인 사람의 기록: 4화

이별을 하면 자꾸 상상을 한다.

by 상온

이별을 하면 나는 자꾸 상상을 한다.


겪어봤고, 예상했고, 결국 올 걸 알았던 이별도 막상 닥치면 또 아프다. 아픈 방식은 조금씩 다른데, 이상하게도 나는 매번 상상부터 한다.


첫 번째와 헤어졌을 때 나는 꽤 심하게 무너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써도 사실 한 달 만에 십 킬로가 빠졌다. 매일 울었고, 마음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는 진짜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사랑 하나가 끝난 것뿐인데 내 삶 전체가 끝난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조금 달랐다.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끝나서였던 것 같다. 서로 안 좋게 헤어진 건 아니라 오빠는 이후에도 이직 조언을 해줬고, 회사 생활 얘기도 들어줬다. 끝까지 좋은 사람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아마 그래서 덜 무너진 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끊겨야 차라리 정리가 되는 관계가 있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서 더 오래 아픈 관계도 있다.


매 이별 때마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첫 번째 때는 그가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결국 내게 돌아오는 상상을 했다. 그런 드라마 같은 결말을 진짜 믿었던 건 아니다. 근데 그런 상상이라도 해야 좀 버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우연히 다시 만나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상상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우연히 만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상상을 한다. 그가 복권에 당첨돼서 잠수를 탄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 둘은 종종 로또를 사며 당첨되면 어떻게 할지 얘기하곤 했다. 그래서 문득 그의 갑작스러운, 적어도 나에게는 갑자기 느껴지는 변심이 로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이어진다. 당첨이 어디서 됐는지 확인하고, 젠장 당첨장소에 인터넷 로또가 있다는 사실에 괜히 상상에 확신이 붙는다. 입 무거운 그가 회사에도 숨기고 조심스럽게 당첨금을 받을 준비를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을 혼자 그려본다.


웃기다. 나도 안다. 근데 이별 뒤의 상상은 원래 좀 웃기고, 그래서 더 처절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건 복권 당첨 여부가 아닐 거다. 그가 왜 변했는지, 왜 떠났는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진짜 따로 있었는지. 나는 그냥 설명 하나가 갖고 싶어서, 미련이 남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것 같다. 말이 되는 이유를 만들고 싶어서. 지금은 복권이라도 돼야 납득이 갈 것 같다.



5화, 사치가 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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