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1순위인 사람의 기록: 5화

사치가 또 시작됐다

by 상온

사실 우리 집은 꽤 가난하다.

애매한 가난이라 이런저런 혜택은 못 받지만, 그렇다고 누릴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집.

이상하게도 내 주변엔 부자인 친구들이 많았다. 덕분에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가난한 티 안 나는 사람처럼 자랐다.


근데 나이가 들고, 취업을 하고, 주변에 하나둘 결혼을 하면서 격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이런 우리 집으로 결혼은 못 하겠구나.

혹시라도 우리 가족이 낮추고 들어가야 할까,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들킬까.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믿고 싶었는데, 사랑 바깥의 것들이 자꾸 보였다.


그래서 결론을 냈다. 연애는 사치다. 이제는 내 노후랑 가족한테 집중해야 한다.

근데 그 결론을 비웃듯, 그 아이를 만났다.


우리는 그 아이를 ‘핫가이’라고 불렀다.

좋은 몸, 나쁘지 않은 외모, 인기 많은 그에게 내가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냥 회사 동료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둘이서만 시간을 쓰게 됐다.

내가 야근이 있어도 기다렸다가 같이 밥을 먹었고, 점심 먹고 나면 둘만 커피를 마셨다.

그건 네가 먼저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거 뭐지.'


근데 또 너는 나한테 남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계속 헷갈렸다.


그리고 어느 날, 동료에게서 네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아, 모든 게 내 착각이었구나.


근데 바로 그날 너한테 메시지가 왔다.


오늘, 둘이서 술 먹자고.

이게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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