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기록

9월 심장혈관흉부외과, 인턴 일곱달째

by 안나

2023.09.22(금)


어제, 정확히는 오늘 새벽 3시쯤, 당직실 이층 침대 일층에 누워 잠들어가려는데 심폐소생술 방송이 울렸다. 나는 병원에서 깊게 잠들지 못하는 인간으로 방송 알림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중환자실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응급하지 않아보이는 분위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자발순환회복이 이미 된건가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간호사 선생님이 여전히 가슴압박을 하고 있었다. 얼른 가서 손을 바꿨다. 잇따라 인턴 동기들 몇 명이 더 도착했고 이어서 담당의 같아 보이는 내과 선생님이 도착했다.


보통 전공의 선생님은 심폐소생 리더를 맡아 여러가지 지시를 하기 마련인데, 이 선생님은 대뜸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에 따르면, 이 환자는 이미 뇌사했지만 보호자가 없어 DNR(소생술포기)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 형식상 심폐소생술을 20분은 해야한다,고 시늉만 해달라고 하였다. 40대 중반인 그의 인생은 추가적인 한 문장에 의해 정리되었는데, 지적장애가 있어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고 지나가던 목사님이 거둬서 데리고 있었는데 함께 바다에 나들이를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뇌사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 일 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몇 마디 말로 전해들은 그의 마지막이었다.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라 당시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가슴압박을 하는 시늉을 한다는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는 것. 실은 가슴압박을 위해 그에게 혹은 그의 신체에 가까이 갈 때마다, 이런 비유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비가 오는 날이라 손님이 적어 아침에 잡아온 생선이 아직 팔리지 않고 널부러져있는 수산시장을 떠오르게 하는 냄새가 났다.


형식적이었지만, 아니 형식만 맞추기 위해 우리는 2분씩 리듬확인과 가슴압박 교대를 하였고 간격을 맞춰 혈압상승제도 투여했다. 뇌사상태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뇌 활동이 비가역적으로 정지된 상태로, 의식은 혼수상태가 되며 뇌간에서 기원하는 모든 반사는 소실되고 호흡도 멈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에게 연결되어있는 구질구질한 기계들과 라인을 타고 투여되고 있는 약물들이 없다면 사실 그는 이미 생명을 멈춘것이었다. 9월 9일에 입원했으니 12일 정도 기계로 버틴것이었다. 그러고도 그는 20분을 더 이 세상에 붙잡혀있었다. 이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 자리의 모두가 알았지만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 속으로 그에게 고통이 되지 않았길 바랄뿐이었다. 복잡한 심정이었지만 우리는 틀 안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이제라도 그의 육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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