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한다'는 말에...긁혔다!

긁힌 김에 시작한 스노보드, 몰입의 기쁨을 배우다

by 아나벨

올해 취미에 진심인 나를 찾아, 글쓰기도 등산도 독서도 열심히 하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1월의 겨울은 참 춥고 등산을 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 보드 좀 타? 카빙은 해?

나: 아, 조금 해요..

어떤 사람: 조금? 못한다는 얘기네.

나: (긁혔다)

스키장은 일 년에 한 번씩 간다. 그냥, 눈구경 할 겸, 겸사겸사 가족여행으로 친구들과 여행으로 -

그렇게 일 년에 한 번 '연내 행사'로 가면 실력이 늘 수가 없다.

옛날 옛적 그땐 무슨 용기였는지 , 낙엽으로 내려오는 (완전초보) 실력이었음에도 동유럽에 스키장을 혼자 간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보드를 잘 타고 싶은 생각은 아주 예전부터 늘 해왔었나 보다.

그래서 긁혔나?


그 후에 보드를 잘 타보고자 동호회에 들어간 적도 있었는데, 그 당시엔 시골 산골짜기에서 출발해 스키장에 가기까지의 거리와 상황이 맞지 않아 몇 번 가다 흐지부지 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배움에 대한 절실함이 덜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긁힌 김에 '카빙! 그래, 나도 카빙까진 해야지! 눈밥이 몇 년인데 이렇게 제자리걸음은 안된다' 생각하며 다시금 동호회를 알아보았다.

나: 나 보드 동호회 들 거야. 누가 나한테 카빙 못하냐고 놀려서, 말나 온 김에 올해 카빙까지 연습하려고.

가족: 그냥 못한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꼭 그걸 해야 돼?

나: 그렇지, 그냥 '못해요' 하면 되긴 하지.. 근데, 그 말이 안 나오더라!ㅎ 지금부터 연습하면 되지!!

난 왜 못한다는 말에 긁혔을까? 왜 잘하려고 할까?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사람처럼 왜 카빙을 못하는 것에 주늑들어 했을까?

언니:넌 성취지향형 인간인가 보다. 뭐,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잘해봐!


스스로 쿨한 척하려 애쓰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조금 더'를 외치는 나의 이중성에 - 몸이 고생이다.

이유야 어쨌든 동호회에 들어갔다.


주위 사람들은 또 말한다. 이런 거 보면 넌 mbti- I(아이)는 아닌 거 같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호회에 그렇게 꾸역꾸역 찾아 들어가는 것 보면...


그 말도 맞다. 난 낯가림도 심하고, 처음 사람들과 대면하면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면 난 만나기에 주저함이 없다.


5일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금요일엔 회식도 하고- 집에 와 짐을 쌌다.

토요일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못하게 보통의 이른 출근시간보다도 더 이른 시간,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2시간 30분을 차를 타고 달려 하얀 인공 눈이 예쁘게 덮인 스키장에 도착했다.


나: 저 도착했어요. 다들 어디세요?

이렇게 나의 새로운 동호회 생활이 시작되었다.

동호회 분들은 굉장히 친절했고, 나의 수준에 맞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작년, 딱 이맘때 타보고 올해 첫 보드이니- 내 몸이 동작을 기억하는 것에 버퍼링이 걸리고 -

그런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쑥스러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지만,

그래도 신나는 기분에 도파민이 치솟았다.

회원: 저는 시즌마다 스키장에 살다시피 해요. 리프트를 올라갈 때 어떻게 탈지 고민하고, 내려오면서는 정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내려오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몰입]한다는 것을 스키장에선 더 크게 경험할 수 있나 보다.

이번엔 잘 타봐야지 - 상체를 이렇게 움직이고, 각도를 이렇게 하고, 엉덩이는 빼지 않고, 다리를 적당히 구부리고 - 이런 생각들로만 머릿속이 채워지니 너무 좋았다.

유튜브를 보며 시뮬레이션했던 카빙을 하루 만에 마스터하는 것은 처음 내려오는 순간 쉽지 않겠구나 직감했지만 - 다른 한편으론 '올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조만간 이곳에 또 달려오리라는 것 또한 직감했다.

(더 이상 물리적 거리는 나에게 변명거리가 되지 못하였다)


5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나에게 주어진 주말을 알차게 행복하게 보내야지 결심하며 계획을 세운다.

올 겨울은 - 이거다! 1월의 반이 지나서야 시작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그래도 눈 녹기 전까지 열심히 해보리라 새로운 다짐을 한다.

도파민 터지는 행복한 겨울 보내기 _ 보드 타기. 열심히 타기. 자주 타기. 그래서 잘 타기!

새벽바람맞으며 찾은 이곳에서 나는 또 새로운 행복을 맛보았다. 26년 재미있게 잘 살아야지 다짐하며, 새로운 것에도 주저하기보단 실행에 옮기자 했던 나의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토닥인다. 그리고 이번 주 주말 나는 또 새벽바람 해치며 스키장으로 갈 것이다.


하다 보면 되겠지, 나도 카빙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계속하면 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 꾸준함에 행복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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