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밝혀지기까지
승현의 결혼기사는 꽤 구체적이었다. 상대는 알토란이란 프로그램의 작가라는 것과 추석 때 같이 성묘를 간 것까지. 성묘를 간 것은 우리 가족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우리 가족이 제보했을 리는 없고... 기자는 어떻게 안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승현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내버린 걸까. 나중에 승현 쪽에서 최초로 기사를 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는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많이 당황해 거의 울 지경이었다. 집에 도착한 나에게 승현은 너무나 태연하게 굴었다. 일단 배가 고프니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키자고 했다. 나도 배는 고팠지만 한 젓가락도 먹을 수 없었다. 승현은 거뜬하게 한 그릇 다 비우더니 저녁에 농구 모임이 있다며 농구를 하러 나갔다. 하긴, 승현은 매주 살림남이 방송될 때마다 실시간에 올랐고 많은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을 다 감당하고 있었다.
난 무엇보다 같이 일하고 있는 팀에게 미안했다. 메인작가님과 효진 작가는 알고 있었다지만 피디들과 후배 작가들한테 너무 많은 연락이 와서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기자들은 내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방송국에도 전화를 많이 했다. 본사 담당 피디님은 전화기를 꺼놓으셨다고 했다. 모두가 갑자기 터진 이 일에 내가 많이 당황했을 거라 걱정하며 내 정보를 함구해주셨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을까. 난데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메인작가님 이름이 오르기 시작했다. 알토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작가들 이름이 뜨는데 서열대로 메인작가님 이름이 젤 먼저 나와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한 기자가 메인작가님의 이름을 거론하며 김승현의 결혼상대라고 기사를 냈고 그 기사는 복사에 복사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메인작가님의 이름을 올렸다. 메인작가님은 한참 전에 결혼했고 10살 된 아이까지 있었다.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너 이혼했어? 이혼하고 김승현하고 결혼하는 거야? 웃지 못할 해프닝인데 메인작가님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주셨다. 그렇게 메인작가님의 이름이 2주 정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이젠 그만 너의 이름을 밝혀라! 재촉할 만도 한데 그냥 두셨다. 죄송하고 감사했다.
내 이름이 밝혀진 건 살림남에서였다. 내가 앞전에 올린 프러포즈 영상과 함께 '장정윤'이라는 이름이 나갔다. 그때부턴 내 이름이 실시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전부터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걸 볼 때면, 그깟 거 보지 말지라고 안타깝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일이 닥치니 이건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상처가 되는 댓글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의 앞날이 행복하길 빌어주는 응원의 글들이었다. 선플의 따뜻함은 악플도 덮는다. 나는 원래 댓글을 안 다는 사람인데 이걸 느낀 후 가끔 선플을 남겼다. 지금은 연예인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었다. 가끔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을 땐 좀 서운하다. 응원하는 마음이 가닿기를 바라본다.
나는 방송에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다. 사실 나가려면 나갈 수도 있었지만 승현과 시부모님이 원치 않으셨다. 혹시나 상처받을 나를 걱정한 결정이었다. 미혼부 연예인과 결혼한 여자가 어떻게 생긴 어떤 여자인지 왜 궁금하지 않은가. 나라도 궁금해서 찾아봤을 것이다. (기사를 낸 기자들도 단지 그들의 일을 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배려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렇게 브런치를 통해 스스로 나를 밝힐 수 있었다. 그리고 댓글들을 보며 분에 넘치는 많은 응원과 힘을 얻는다.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