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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혼부 연예인과 결혼했다9

늘 좋았던 건 아니다

by 장정윤

어쨌든 결혼식 날까지 잡았으니 친구들에게 승현과의 결혼 소식을 알려야 했다. 나는 차근차근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건데!” 호들갑을 떠는 친구들이 가장 고마웠다. 내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여느 연애담처럼 아무렇지 않게 들으며 더 얘기해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러면 나는 신이 나서 승현이 나에게 얼마나 질척였는지부터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던 부분들을 남김없이 풀어냈다. 원래 누군가가 결혼할 땐 이렇게 호들갑 좀 떨어줘야 제맛 아닌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은 그저 나를 믿었던 것 같다. 내가 허튼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마음 놓고 기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런 친구도 있었다.

- 나 결혼해

- 연예인?

- 헐… 어떻게 알았어?

- 김승현?

신들린 거 아니고서는 어떻게 이러지 싶었다. 물론 그 친구는 전혀 그쪽은 아니고 단지 촉이 좋은 편이다. 나와 승현의 인스타그램을 둘 다 팔로우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눈치챌만 했다.


환영하지 않는 반응도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다. 그들은 내 앞날이 힘들거라 예상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더 답답한 마음만 생겼다. 편견이란 건 승현을 단지 미혼부 연예인으로 바라볼 뿐, 나에게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을 주는 사람인지는 보지 못했다. 내가 승현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 설명한다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라고만 얘기를 끝냈다. 그들은 그래, 너만 좋으면 됐지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사실 그땐 엄청 서운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걱정받을 일인가. 나는 뾰족한 상태로 혼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그들은 날 진심으로 걱정했고 아까워했을 것이다. 그들도 이젠 알 것이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팀 메인작가님이 나를 불렀다.

“너 승현이랑 사귀지?”

“네? … 언니 어떻게 아셨어요?”

“너 티나~”

20년 넘은 방송작가의 촉은 무시 못하네. 나는 아예 지르기로 했다.

“사귀는 것도 맞는데 1월에 결혼해요.”

“뭐!!??”


메인작가님한테 걸린 마당에 팀에서 제일 친한 효진 작가에게 숨길 순 없는 일이었다. 메시지를 보냈다.

- 나 결혼해

- 뻥치지 마

- 진짜야

- 누구랑 하는데?

- 김승현

- 알만하다

효진 작가도 대충 사귀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고 한다.


하긴, 승현은 녹화 때 멘트 하나 치고 나를 보고 멘트 하나 치고 나를 보곤 했다. 본인이 매일같이 공사를 구분 짓자 얘기해놓고는 언행불일치였다. 그러는 나는? 나는 승현의 재미없는 멘트에 스튜디오 떠나가라 깔깔대며 웃어주고 있었다. 정말 우리 빼고 제작진 모두가 알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하려고 짐을 챙기고 있었을 때다. 아는 피디님에게 문자가 왔다.

- 김승현 알토란 작가랑 결혼한다는데 그 작가 누구예요?

나는 어쩌다 보니 소문이 났구나 싶었다.

- 누가 그래요?

피디님이 답했다.

- 기사 났어요


나는 너무 당황해서 손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대충 눈치는 챘던) 후배 작가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기사가 막 여기저기 뿌려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주변에 차차 알린 뒤 결혼식 한 달 전인 12월 초에 기사를 내려고 했다. 살림남으로 승현은 한창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또 평범한 결혼은 아니기에 이목이 집중되리라 예상했다.


기사가 난 건 10월 초였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다지만… 나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갑자기 닥친 이 일이 공포로 다가왔다. 2019년 당시엔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있었고 연예인 기사에 댓글들이 달리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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