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고 싶은 거예요

나를 지탱해줄 why

by 아나조

이제 함께 차근차근 '마음 준비'를 하고 나를 안아줘 보자.




나는 스피치 소모임의 참가자나 스피치 학원에서 수강생을 처음 만날 때마다 이렇게 묻곤 했다.


"왜 오셨나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말을 잘하고 싶어서 왔다고 답한다. 그럼 나는 다시 한번 이렇게 묻는다.


"왜요? 왜 말을 잘하고 싶은 거예요?"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당신이라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시 물은 '왜?'라는 질문에 단번에 답을 하지는 못했다. 물론, 얼마가 지나고 나면 '발표를 잘하고 싶어서', '회사에서 PT를 앞두고 있어서', '면접 때문에' 등의 답변이 이어진다. 사실 나도 그런 이유들로 찾아왔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질문을 처음에 던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침반. 각자의 마음에 나침반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 이 영화는 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명장면이 많은데,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인 네오와 트리니티가 가상공간 속 요원들에게 붙잡힌 모피어스를 구출하려는 장면이다. 요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옥상으로 향한 네오와 트리니티는 헬리콥터를 발견한다. 헬리콥터의 작동법을 몰랐던 네오는 트리니티에게 작동법을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트리니티는 이렇게 대답한다.


"Not yet(아직)."


'안다'나 '모른다'가 아닌 저 대답은 뭐지. 이어지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보는 순간 앞선 대답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트리니티는 현실 세계에 있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누워있는 자신의 뒷목 구멍에 연결된 입력선을 통해 헬리콥터의 작동법을 단 몇 초 만에 '입력받는다.'


어릴 때 본 이 장면으로 한동안 혼란스러워 현실을 부정한 적이 있다. 또렷한 발음과 중저음의 목소리, 유창한 말솜씨를 영화에 나온 것처럼 입력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는(?) 현실과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실력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전보다 나아진 나를 돌아보며 알았다. 결코 쉽게 얻은 것이 아니기에 값지게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에서처럼 '말을 잘하는' 프로그램을 몇 초 만에 입력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말을 잘한다.'라는 목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추상적이라 반복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면 쉽게 잊힌다. 그리고 그 과정은 고루하고 지루해 방향을 잃고 '포기'라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때 필요한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나침반과 눈에 보이는 목표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왜 하고 싶은 거예요?"


말을 잘하기 위해 작은 팁이라도 얻어보고자 이 글을 읽는 것이든, 그런 건 딱히 관심 없지만 글의 제목에 끌려 읽은 것이든 아무렴 상관없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이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당신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고 힘에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당신을 지탱해줄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 답해보자.



실체가 없는 당신의 생각에 실체를 만들어 주자. 실체를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눈에 보이게 적어서 기록하는 것이다. 머릿속 생각은 쉽다. 신체를 움직이지 않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쉬운 만큼 잊히는 것도 금방이다. 펜을 들고 직접 써 내려가며 촉각으로도 새기자. 그러면 당신의 목표는 몇 배로 기억될 것이다. 짧은 단어든 문장이든 형식에는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봤을 때도 알아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이전 03화질문이 어색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