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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조 Oct 09. 2022

헤비메탈(heavy metal)

삶은 음악을 타고(Life goes on with music)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 멜로디를 듣는 편이다. 때론 가사를 유심히 되뇌기도 하지만, 대체로 가수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느낌이라던가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빠져들곤 한다. 그래서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나의 기분이나 상태도 시시각각 변한다. 김동률의 목소리에 젖어 한참을 울적하다가도 스윙 재즈를 들을 때면 마치 뉴욕의 어느 바에 있기라도 한 듯(가본 적도 없으면서) 고개를 까딱이고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며 리듬에 몸을 싣는다.




한때 헤비메탈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기타 하나로 표현하는 포크송과 올드팝을 시작으로 로큰롤, 펑크, 모던록, 그리고 헤비메탈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장르가 바뀔수록 내 기분도 달라졌다. 헤비메탈에 빠졌던 적을 돌아보니 대학 때였다. 갓 스무 살이 되었고, 당시엔 나름 원하는 학과로 진학을 했을 때였다. 그런데 나는 왜 헤비메탈에 빠졌을까?


수업 자체가 그랬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의 신체활동이 계속됐다. 안 그래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텐데 심장을 쾅쾅 때리는 듯한 헤비메탈을 듣고 있자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등이 미친 듯이 분비되는 것 같고 몸을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물론 디스코나 스윙 재즈 등 다른 장르의 음악도 들었지만, 격한 운동이나 힘을 많이 쓸 때면 언제나 록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열정이 솟구치고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아마 그랬나 보다.


Linkin Park, Limp Bizkit, Foo Fighters, Metallica, Megadeth, Korn, Bon Jovi, Green Day, Deep Purple, Judas Priest, Skid Row, Led Zeppelin, Extreme, Scorpions, Mr. Big, Aerosmith, Nirvana, Nickelback, Fall Out Boy, Simple Plan, Hoobastank, Sum41, The Red Jumpsuit Apparatus, Boys Like Girls 등등.(지금 생각나는 밴드만 나열한 것인데도 이렇게나 많다는 게 새삼 놀랍다.) 


스무 살의 나는 목이 참 약했다. 노래방에서 한 곡을 완창 하면 목이 따끔거리고, 흥에 겨워 두 번째 곡까지 부르고 나면 다음 날 목이 쉬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노래방을 가더라도 웬만하면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음주가무를 워낙 좋아했다 보니(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때의 나에 비하면 많이 순해졌다고나 할까)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않는 날에는 딱 한 곡을 불렀다. 어차피 쉬어버릴 목, 나의 모든 힘을 이 한 곡에 담아 부르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쉬어버린 목은 다음 날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아, 그래서 무슨 노래를 불렀냐고? 크라잉넛의 <고물라디오>



(둥둥둥둥 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
원 투 쓰리 포!

타오르는 뜨거운 이 밤 나의 가슴을 적셔주는
싸구려 고물라디오
한여름밤 어여쁜 당신과 밤새도록 미친 춤을 추고 싶어
오예 랄랄라
형아가 부숴버린 고물라디오
Rock N' Roll Rock N' Roll Rock N' Roll Tonight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드럼 소리를 듣고 있자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곡이다. 노래방이 얼마나 넓든 상관없이 사방을 방방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까 나는 보컬 대신 퍼포먼스로 승부 보는 타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벼운 몸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고민이라는 걸 안 하던 그때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때는 그저 별다른 걸 하고 있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즐거웠다.(좋게 포장해서 그렇지 별생각 없이 살았단 뜻이다.)


스물이 조금 넘었던 때, 왠지 사진에서 술 냄새나는 거 같아


2003년 내가 스무 살이었을 그때,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 故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출연한 적이 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청소년의 관심사와 관련한 MC의 질문에 답을 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는 각자 개성을 가지고 사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정말로 개성 즉, '나다움'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당시 막 청소년을 벗어났던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나다움'을 견고히 쌓아오며 살아왔을까? 지금 이 글을 쓰며 그리고 인용구를 되새기며 나에게 다시 한번 질문해 본다.




시간이 흐르고 예전처럼 격한 운동을 안 해서인지 언제부턴가 헤비메탈을 잘 안 듣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록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왜일까? 혹시 삶이 버겁거나 무거운 걸까? 미숙하지만 순수했던 예전의 열정이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일탈이 필요해서일까?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 내겐 열정이 필요한 순간인 것만은 확실하다. 비록 몸은 예전만큼 가볍지 않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졌지만, 스무 살 때 가졌던 열정만큼은 달라지면 안 될 것 같다. 그때보단 성숙해지되 순수함은 간직한 열정으로.


오늘, 나는 내 안의 열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다시 한번 강렬한 록 사운드에 몸을 맡겨 보련다.

Rock N' Roll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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