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말투가 되지 않게
2021년 가을, <매력적인 이성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이성의 어떤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고 반대로 정이 떨어질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설문조사였다. 설문의 항목은 아래와 같았다.
작은, 큰, 섹시한, 맑은, 퇴폐적인, 허스키한, 또랑또랑한, 귀여운, 콧소리, 엄근진, 미성, 중저음, 차분한, 속도가 빠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여자는 '차분한', '중저음'의 항목에 압도적으로 많은 투표를 했고, 남자는 '맑은', '차분한'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이유도 함께 들어봤는데,
"덩달아 차분해지는 것 같아 좋다"
"안정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 더욱 대화에 집중된다"
"다정하게 들려서 좋다"
"편안하고 신뢰를 준다"
등이 있었다.
그럼 반대로 이성의 어떤 목소리에 정이 떨어진다고 응답했을까?
여자는 '웅얼웅얼', '앵앵거리는', '쏘는듯한', '퉁명스러운' 등의 항목이, 남자는 '쏘는듯한', '사나운', '날카로운', '앵앵거리는' 등의 항목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마찬가지로 무슨 이유로 이런 항목들을 선택했는지 들어봤다.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다"
"듣고 있으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나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등의 이유들이 나왔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설문에서 예시로 나열한 항목들은 대부분 '말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중저음의 낮은 소리나 맑고 깨끗한 소리 등의 목에서 나는 소리를 포함해 위에서 언급한 말투 등을 포괄적으로 '목소리'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타인의 말투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한 설문조사를 함께 실시했는데, '목소리와 말투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3의 비율로 목소리보다 말투가 더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와 말투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고, 나를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목소리와 말투에는 경계심을 갖게 되고 기분이 좋지 않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냥과 채집을 했던 과거를 예시로 들지 않고 현재의 우리 주변만 놓고 보더라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비슷한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기 좋은 말이 되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상황 속에서 많은 것들을 모방함으로써 학습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본인의 사회학습이론을 통해 의도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보고 듣는 것만으로 행동과 언어를 모방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우리는 속한 환경과 상황, 만나온 사람들 속에서 피어난 생각과 기분의 영향으로 목소리와 말투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목소리와 말투가 풍기는 분위기는 어떤지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이가 편안하게 듣고 있을까. 혹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가 당신을 무시하거나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나의 목소리를 듣는 건 다른 이 뿐만 아니다.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가는 순간, 다른 이보다 먼저 듣는 건 내 자신이니 말이다. 내 삶을 관통하며 만들어진 나의 목소리와 말투에 내가 다시 영향을 받는다. 인지하지 못한 채 돌고 도는 굴레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든다.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격을 만든다.
그리고 인격은 운명을 만든다.
- 영화 <철의 여인> -
위와 같은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느끼는 기분과 그에 따른 생각들이 나의 표정을 만들고 목소리와 말투의 느낌 즉, 어감을 만든다. 그리고 나의 어감으로 내가 영향을 받고, 상대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나의 말은 다른 누군가가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듣고 나에게 먼저 와닿는다. 말로 상처받기도 하고 말에 위로받기도 하는 것 또한 다른 누군가의 말보다 나의 말이 나에게 먼저 닿는 것이다.
말을 잘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보다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나에 대해 알아가고 보듬어주고 안아줄 때 비로소 나의 색채가 가득 담긴 '나만의 스피치'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그 과정에 이 글들이 부디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