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료 시스템

불편한 공짜

by Anna Lee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영주비자를 신청한 후 1년짜리 임시 메디케어 카드를 받게 되었다.

-우리가 신청한 영주비자(ENS)의 경우 승인 소요시간이 평균 12개월이고,

서류신청을 한 날짜로부터 소급하여

동일한 호주의 메디케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주권이 승인되면 영구 메디케어로 업데이트된다.-


5년 동안 호주에서 소득을 올린 외국인 노동자로서

납세의 의무만 다할 뿐 세금에 대한 권리를

하나도 정말 하. 나. 도. 받지 못했던 우리였다.

- 소득 신고 기간에 Medicare Levy 에 대해 2%의 세금을 공제하지만

납부하는 세금액에 비해 택도 없는 금액이다. -


이제 드디어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구나.

'그렇다면 감기도 좀 걸리고 자주 아파야겠다.'라는 농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체험하고 나니,

한국 의료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꽤나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접수를 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바로 치료하고 끝.

그때 우리가 만나는 의사 선생님들은 거의 대부분 전문의이다.

전문의이기 때문에 바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해준다.

논스톱 서비스!


호주에서는 정말로 응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병원에 가서 바로 의사를 만날 수가 없다.

병원에 가기 위해선 먼저 지역 내에 Medical Centre에 들러

GP(General Practice, 가정의학과 일반의?)에게 Referral을 받아야 하는데,

GP는 Referral을 해당 전문의에게 넣기 위해

Pathology(피검사, 소변검사) 및 Ultrasound(초음파)를 요청할 수 있는 Referral을 써준다.


그 서류를 가지고 본인이 예약하고 검사하면,

며칠 후에 나의 GP에게 검사 결과가 전달될지 알려준다.

그 날짜에 맞춰 다시 예약하고 방문해서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GP의 판단하에 Specialist(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레퍼럴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무료로 만날 수 있는 국공립병원 Specialist에게 연락을 기다리면

몇 개월, 길게는 반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그전에 병이 다 회복될 것 같다.

휴.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너무 일찍 결혼한 남편이 나보다 3살이나 어린 탓에,

그리고 좀 더 나은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고자 하는 결심으로,

우리는 아기를 좀 미뤄왔었다.


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의료서비스 혜택을 이용할 수 있어서 산전검사를 위해 GP를 찾았다.


닥터가 피검사, 소변검사용 Pathology 레퍼럴과 질, 자궁 초음파용 레퍼럴을 주셨다.

다행히 운이 좋게

내가 갔던 Medical Centre에는 Pathology Collector가 있어서 그 날 바로 검사했지만

초음파는 집에 와서 직접 예약을 잡아야 했다.

예약한 날 GP 선생님이 주신 레퍼럴을 들고 가서 검사를 받고

이틀 뒤에 나의 GP 선생님에게 결과가 갈 거라는 말을 듣고

그날에 맞춰 다시 예약을 해서 Medical Centre를 방문하여 결과를 들었다.


이런 식이다.

머리가 아프다.


정리하자면,

아플 때

1) 동네 Medical Centre 방문, GP 미팅

* Bulkbilling - 의사가 정부에게 직접 비용을 청구함. 돈을 1도 안내도 됨. 센터와 닥터에 따라 다름.

* Private GP - 환자가 직접 페이 후 claim 해서 다시 환불받을 수 있음. 환불금액 상이함.

2) 검사 레퍼럴 수령하여 직접 예약, 검사

3) 다시 GP 미팅, 결과 공유

4-1) 심각하지 않은 경우 간단한 약 처방

4-2) 심각할 경우 Specialist를 만날 수 있는 레퍼럴 수령

5-1) 국공립병원 Specialist의 경우 무료. 의사 선택 불가능.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함.

5-2) 사립병원 Specialist를 빠르게 만날 수 있음. 의사 선택 가능. 비쌈. 사보험을 들어야 함.





호주에 살면 선진국이라 의료혜택이 공짜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입을 다물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혜택을 보게 된 이 상황이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그 혜택을 위해 엄청난 양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또한, 많은 호주인들이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국공립병원이 무료임에도 사보험을 소지하고 있다.

가정당 연간 소득이 180,000 달러 이상인 경우(고소득) 사보험에 대한 리베이트 혜택이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따라오지 못해 이런저런 정책을 만드는 듯하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짜는 공짜만큼의 값을 한다.

그래도 또 공짜는 고마운 것이지.


무조건 좋은 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뭐든 다 일장일단.


힘들고 아플 땐 병원에 가지 말고 비치에 나가서

멍때리며 햇볕 쐬고 몸과 마음을 소독하면서 놀면 다 낫는다.

Vitamin D가 면역을 주관한다. 진짜다.

여기는 골드코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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