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Jun 28. 2019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내가 '예민한' 사람인 건 언제나였지만,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나는 기민하고, 세심하고, 꼼꼼하며, 예리합니다. 세세하고, 오밀조밀하고, 빈틈없고, 세밀하며, 민감합니다. 면밀하고, 치밀하고, 깐깐하고, 영민하며, 날카롭고, 민첩하고, 디테일하지요.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까다롭고, 깐깐하며, 가끔 신경질적입니다. 심약하기도 하고 불평스러우며 때론 불만족스러워합니다. 관심 없는 것에는 시큰둥하며 나약할 때도 있고 삐치거나 토라지기도 합니다.




양쪽 모두 나의 예민한 성질에서 기인되었습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담아 들어주고

같이 마음 아파 우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입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나에 대해 고마워합니다.

나의 예민한 성질이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상황이건 무언가를 처리하는 방법이 효율적인지

진지하게 시간을 보내며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합니다. 

나의 예민한 성질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의 예민한 성질이 그들을 쉽게 말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의 예민한 성질이 그들에게 합리적 타당성을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나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의 예민한 성질은

쉽게 말하는 사람들, 합리적 타당성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언젠가 나의 예민함으로 온 마음을 다해 진심을 주었던 이가

그리도 나를 아끼고 고마워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예민함을 핀잔하며 

상처를 줄 때에는 오랜 시간 힘에 겨웁니다.

정말 깊은 마음을 주었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민한' 사람인 건 언제나였고,

내가 '예민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같이 울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It's not your faul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