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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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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Jun 28. 2019

오늘의 끄적거림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얼마 전부터 글을 씁니다.

그저 그냥 써야지 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지만

왜 글을 쓰는지 누군가 물을 때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쓰면서 며칠간 생각해보니

내 마음을 정리하려 쓰는 듯합니다.


글을 쓰고 나면 이런 기분이 듭니다.

무엇인지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의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어떤 감정의 덩어리들을

관찰하고 고민해서 세세히 그에 걸맞은 이름표를 붙여주고

단정히 개어 깊은 서랍장 안에 넣어주는 일.


그런 작업을 통해 내 감정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위해 위로해주고, 아파해주고, 기뻐해 주고, 칭찬해줍니다.


결국 나의 마음을 스스로 알아채어 다스리려 글을 쓴다는 결론입니다.




나는 책이 많이 있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과 나의 언니 또한 독서와 책 그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가족들은 글 읽는 것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만큼 글 쓰는 것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언니는 초등시절 논술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기도 하고

어린이 기자로 신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난 논리적인 편은 아니어서 언니처럼은 하지 못했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는 매일매일 나의 일기장을 확인했습니다.

친구들의 일기장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의 사인이 있었지만

나의 것은 언제나 매일 엄마의 코멘트 옆에 선생님의 사인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유별난 엄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좋았습니다.


엄마가 일기를 썼는지에 대한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들과 마음에 관심을 갖고

나를 살펴주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용에 대해 혼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엄마의 마음만 담겨있습니다.


어른이 된 나는 매일 그런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나의 엄마는 피곤한 밤 잠들기 전 매일,

어린 딸의 마음을 읽어주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언니가 눈이 나빠져서 안경점에 갔는데

나도 안경을 갖고 싶다고 떼를 썼나 봅니다.

그래서 결국 엄마, 아빠가 안경을 사주었다는 내용입니다.

그 밑에는 엄마의 코멘트가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눈도 나쁘지 않은데 안경을 해준 것.

    은혜가 졸라서 결정한 일은 아니란다.

    은혜가 정말로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어.'


내가 정말로 갖고 싶은 게 무엇인지 엄마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졸라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레슨도 함께 주시고자 했나 봅니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쪽지시험 백점을 맞았다는 내용의 일기가 있습니다.


    '그것 봐! 은혜가 조금 긴장하니까 점수가 나오잖아.

    우리 은혜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단다. 난 은혜가 자랑스럽다.'



중학생이 되서부터는 일기를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엄마와의 소통이 어려워지며 사춘기를 겪고 반항도 했었었지요.

엄마는 종종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나의 가방 안에 넣어놓곤 했습니다.


    '엄마도 미안했어. 그렇지만 엄마도 속이 많이 상하더구나. 많이 사랑한다.'




이제 일기검사가 필요한 초등학생은 어디에도 없지만

엄마가 나의 마음을 읽어주고 코멘트를 달아주었던 것처럼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것저것 남기고픈 것들이 있습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와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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