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같은 삶에서 함께 꼭 원하는 것을 얻어내자.
PC로 읽으신다면 더 편안하실 거예요. :-)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곳에서 만난 우리 또래의 젊은 부부들은 대부분 금슬이 좋다.
6년쯤 살다 보니 그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다른 대체 가능한 인간관계가 없다.
낯선 이민 생활을 시작하려면
합의된, 공통된 인생의 목표는 뭐 말하지 않아도 필수적이다.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우선 좀 높을 수밖에 없다.
그것과 더불어,
1. 싸워도 풀 데가 없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은 이미 타지 생활에 대해 걱정이 가득한데
남편이랑 싸워서 속상하다는 넋두리를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올 때 이미 남들보다 곱절 이상의 걱정을 끼치고 왔다.
2. 싸워도 갈 데가 없다.
내가 사는 곳은 5시 정도면 식당을 제외한 대부분이 상점이 문을 닫는다.
맥도널드나 시티에 있는 스타벅스 등을 제외하면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바람을 쐴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됐어! 흥!" 문을 쿵 닫고 집을 나서도 갈 데가 없다.
- 실제로 결혼 초기에 화가 나면 남편을 쫓아내곤 했는데(악처였다)
한 시간도 안돼서 찾아나가면 갈 곳 없는 남편은
지하 주차장 차에 앉아있거나
비치에서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정도를 사 먹고 있었다. 귀여운 것. -
3. 불러낼 사람도 없다.
한정적인 이곳의 인간관계 안에서 남편 흉을 맘껏 볼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다들 사는 게 너무나도 제각각이라 공감이 되겠나 싶다.
외국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짧은 영어로 나의 디테일 일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서
그 답답한 과정이 화를 돋운다.
그래서 결론은,
싸우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결국 나만 괴롭다.
낯선 곳에서 사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뭐 가끔 여전히-
속상한 일도, 눈물 흘릴 일도 있었다.
둘이서만 서로 의지한 채
손잡고 원하는 곳을 향해 한 걸음씩 걷다 보니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 커진 것은 '전우애'였다.
우리가 선택한 이 전쟁 같은 생활에서
지지 않고, 잃지 않고, 원하는 것을 꼭 얻어내리라.
왜냐하면 '우리가 선택했으니까.'
너는 내가 지키고
나는 네가 지킨다.
모든 부부가 대부분 이런 마인드로 살거라 생각은 하지만
오롯이 단 둘 뿐인 이 곳에서는
정말로 함께 전장을 누비는 전우라는 생각이 남편에게 든다.
그 마음으로 6년을 살다보니
어느순간 부터는
우리가 원하던 그것이 설사 주어진다 하지 않더라도
아니면 막상 얻어보니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하더라도
되려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친애하는 나의 전우가 있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전장터를 함께 누빌
준비가 언제든 되어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