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내가 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이며 14개의 섬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도시이다. 이 때문에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데 사실 베네치아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 서울과 마찬가지로 스톡홀름 사람들은 항상 바빠 보인다. 빠른 걸음, 차가운 인상,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신호 인 듯 이어폰과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아마도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자신만의 공간을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이 속에 있는 내가 종종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주위가 온통 바다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일까 마음은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도시이다.
스톡홀름 도시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SL’이라는 교통카드가 있는데 이 곳 스톡홀름에선
섬과 섬을 오가는 페리도 ‘대중교통’으로 불린다. 배 라고는 한강 유람선만 타 본 나에게 대중교통 카테고리 안에 페리가 속해 있는 게 요상하기도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 보다 배를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를 때도 있으니 이 곳에선 일리가 있는 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느낌과 감정을 갖게 해주는 이 도시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가을 학기부터 Engineering Mechanics 석사 프로그램 공부를 할 곳은 Kungliga Tekniska Högskolan (아직도 발음하기 힘들다)이라는 공과 대학교이다. 보통 줄여서 KTH라고 불리고 또 다른 이름으론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가 있다. 많은 이름으로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앞으로 KTH라고 부르겠다. KTH는 스톡홀름 내에 위치해 있는데 주로 공과로만 이루어진 학교로 프로그램 별로 상이하겠지만 학교 전반 적으로 봤을 때 월드 랭킹 (QS World University Rankings) 89위에 올라 공과 대학 사이에서 우수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인지 학교 내를 돌아보면 ‘우리는 우수한 학생들이에요”라는 자부심과 학교에 대한 로열티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공부할 석사 과정 프로그램은 기계적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고급 시뮬레이션과 실험 방법을 사용하는 법을 다룬다. 이렇게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잡히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3D 모델 디자인과 실제 제품 생산 중간 과정으로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발생할 오류 및 사고를 수학적으로 예측하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는 “디자인 컨펌” 단계이다.
기계공학을 학사로 전공 한 나는 2014년, 첫 회사에 설계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뭐든 일이 예상 대로 흘러가지 않듯 어쩌다 보니 내 업무가 설계에서 해석 즉 시뮬레이션으로 바뀌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였다고 해야 할까? 그때 만약 계속 설계 일을 했다면 나는 지금 이 곳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처음엔 내 전공이 아니었기에 학사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에 대해 정말 ‘맛’만 보았기에 이게 도대체 뭐하는 일인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보니 내가 설정한 대로 내가 머리속으로 그리는 대로 결과가 도출되고 눈에 그대로 나타나 점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몇 년 지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 동료들과 선배들은 모두 기본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 분야는 업무 경험으로부터 얻는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전문화된 이론적 지식이 있어야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몸소 깨닫고 나니 욕심이 생겨 이 전공 그리고 이 학교를 선택하게 되었다.
스웨덴에 오기 전에도 스웨덴에 와서도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3가지이다.
첫 번째, 일상 대화가 가능 할 정도의 스웨덴어 레벨에 도달하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동안의 유학생활은 스웨덴어를 배우기에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보고 듣고 말해야 빨리 배울 수 있는 건 당연하고 이 나라에 있는 것조차 이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인데 그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다는 건 스스로 용납 할 수 없는 일.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이 나라와 이 곳의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걸 뜻한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을 담고 있기에 스웨덴어를 배움으로서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두 번째, 스웨덴 업무 환경 경험하기.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그렇게 엄격하다는 이 곳의 업무 환경은 어떨지 항상 궁금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할 일이 없어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늦게 퇴근해야 했던, 내가 익숙한 직장 문화와 얼마만큼 다른 지 체험해보고 싶다. 더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어딜가나 상사 눈치를 봐야하는 건 똑같겠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기본 적인 개념은 어떻게 다를지 학기 중 인턴쉽 또는 졸업 후 취업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나의 목표.
이 곳 스웨덴에서 이루고 싶은 것 중의 마지막은 내 스스로의 감정을 보살피는 방법 배우기.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도 그렇고 학교 내의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이 곳에선 정신적인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교 인트로덕션 때,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혹시나 우울 감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랐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동안 약간의 상담이 필요한 적이 있어서 찾아보곤 했는데 그것 마저도 쉽지 않았고 누구도 상담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곳에선 내 감정과 마음을 조금 더 보살핌 받는 느낌을 받았고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과 싸울 권리가 있으며 누구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결코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렇게 나의 첫 블로그 글은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소개하는 자기소개 글이 되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담은 '성장 일기'와 스웨덴의 문화, 그리고 이 나라가 추구하는 사회 전반적인 가치관은 무엇인지 유학생의 관점과 동시에 구 직장인 또는 엔지니어의 관점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며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담아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