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웨덴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해외 경험의 중요성은 자주 견문을 넓히는 것으로 환원된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기. 다양한 삶의 방식을 관찰하고 체험하기. 뻔한 소리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이러한 정신적 성장은 처음 해외 체류를 한 대부분에게 상상했던 그 이상의 강도로 다가온다. 그런데 해외 경험이 원래 살고 있었던 사회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그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0대 후반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필자의 생각은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마친 후 내용을 되새기면서,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가 비로소 나고 자란 우물을 더욱 아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부터 2년간 우메오대학교에서 관광학 석사(Master’s programme in Tourism)를 공부한 김도희이다. 현재 H&M마케팅 팀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 기획한 글로벌 캠페인을 한국 현지 상황과 정서에 맞게 현지화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지속 가능성 관련해서 패션업계의 선두주자인 만큼 회사에서 이 분야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 브런치에서 스웨덴 문화나 교육에 관한 글도 연재하고 있다.
처음에는 석사 과정을 공부하겠다는 열망보다 학부 졸업 후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학부에서 관광 컨벤션 경영을 전공하니 자연스럽게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았고, 해외에서 바라보니 일과 삶의 균형 문제, 교육 문제 등 안에서 보이지 않던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도 볼 수 있었고, 내 삶의 정체성과 방향에 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래서 해외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아울러, 학부 과정에서 북유럽 출신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또래지만 나보다 더욱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 차이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학길을 본격적으로 알아보면서 국제교류처에서 장학금 기회에 관한 정보를 얻기도 했고, 결국 우메오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스웨덴 오기 전 나는 ‘헬조선 탈출’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때의 나는 한국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취업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보고 들은 바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취업하면 내 삶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고, 불행할 것 같았다. 행복은 추상적이지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대입과 취업하면 행복해질 거란 기대를 하지 않나. 하지만 대입과 취업은 행복을 위한 목표도 수단도 아님을 깨달으면서, 행복의 정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이 때문에 삶의 방식이 한국과 정말 다른 해외로 이주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유학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스웨덴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었기에, 석사 과정 시작 후 대외 홍보처의 블로거로 연재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추후 이력서에도 관광을 목적으로 하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작성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주간지에 1년 동안 유학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졸업생들도 많이 강조했겠지만 다양한 기회와 방법을 통한 네트워킹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 직장도 스터디인스웨덴 활동 중 회사 쪽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이후 링크드인에서 교류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HR팀에 연락을 받은 경우였다.
스웨덴에서 공부한 후, 다시 한국 사회에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포트폴리오 만들기의 중요성이었다. 한국에서도 링크드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내 기준으로는 조금 더 합리적으로 취업 시장이 변했다. 상시 채용도 늘어나고, 넓은 의미에서 지원자의 ‘활동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은 물론 향후 이직을 원하더라도 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하면 마치 인스타그램을 업데이트하듯이 전문성을 쌓고 싶은 분야에 관해서 인사이트를 짧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스웨덴 유학 기간 열심히 살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했기에 큰 후회는 없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학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이다. 좀 더 계획적으로 공부하고, 다른 전공이나 학과의 수업도 들어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유학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유학 과정이 불확실한 미래일지라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질러봐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고, 안정성과 도전, 모험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많이 고민했고 당시에는 유학을 목표로 절실하게 도전하며 다행히도 좋은 기회를 잡았다. 과거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도 걱정이 많겠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미 유학 중인 독자에게는 현지 사회의 문화를 많이 느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현지 친구들의 삶에 녹아들면서 내 삶의 많은 변화가 가능했다. 그런 시간이 쌓여서 습관이 되면, 어디에서 살든 내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현지 사회에서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탐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스웨덴은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다. 우선, 자신을 구속하던 사람에서 훨씬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스웨덴 사회 속의 2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오히려 한국에서도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처음에는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재미있게 살고 있다. 어디서 살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든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한국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버리려고 노력한다.
김도희 님 브런치 계정: 도크라테스의 브런치
커버 이미지 출처: 김도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