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웨덴은 목표를 이루고자 공부하는 곳이다
석사 졸업 후 취업하는 것과 박사로 진학하는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른 선택지일까? 물론 스웨덴의 박사과정 연구자는 학생과 월급을 받고 일하는 연구자의 정체성을 둘 다 가지고 있으므로 그 간극이 한국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좁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둘은 사뭇 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AC 인터뷰 기획 후 처음으로 스웨덴에서 박사 과정을 이어가는 졸업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박사 과정 진학이라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쏟은 노력과 열정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일종의 ‘노력 총량의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린셰핑대학교에서 전자공학(Electrical Engineering)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배철용이다. 게임과 술을 좋아하는 ‘집돌이’이자 ‘겜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스웨덴 유학 전에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산업의 장래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고, 좀 더 나은 근로조건을 원했지만 동종업계에서 이직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근로조건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상황을 한번 벗어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학이라는 다른 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스웨덴이라는 목적지 결정에는 교환학생 시절 스웨덴에서 쌓은 좋은 추억들이 콩깍지가 씌었다고 할 만큼 좋은 이미지로 남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스웨덴의 오기 전 나는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위해서는 미친 듯이 노력을 해야 하는 삶을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단연코 여름 방학 때 썼던 논문이다. 프로젝트를 하는 수업 과제의 성과가 좋아 이를 논문으로 발전시켜보자는 추천을 받았다. 이후 여름방학 때 시간을 내서 논문을 썼고, 콘퍼런스에서 발표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이력서에도 남았지만 조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도 매우 소중했다.
뻔한 답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박사 과정 진학을 염두에 둔 이후에는 석사 과정에서 해야 하는 일에 매 순간 충실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기회를 잡은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 선택이 특별히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미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고, 어떤 것이 좋은 기회인지 알 수는 없기에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덤덤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맞지 않나 싶다. 단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아쉽게 지나간 인연들을 잡지 못한 연애 사업 정도이다.
매우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이미 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나름의 성취라고 생각한다면, 과거에 그 단계를 거쳐 간 사람의 조언이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냥 즐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학 생활에 인생의 종착점, 반환점과 같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무엇을 얻거나 이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본인에게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학이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의 경우를 되돌아보더라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비용과 시간 투자, 유학 생활의 어려움, 마음고생 등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짧은 기간이기도 하다. 너무 특별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스웨덴에 공부하러 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부담 없이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스웨덴은 목표를 이루고자 공부하는 곳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다른 의미보다 유학의 본질인 공부 하러 가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얘기해본다. 나에게는 아직까지도 공부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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