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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Sep 04. 2019

방콕에서 방콕

프롤로그 

누구나 사람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연인과 헤어지고 난 후에 지하철에서 통곡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과 학생들의 매서운 비판과 비난으로 꾹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 사람도 있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화장실에서 한참 울고 있었더니 바로 옆 칸에 무서운 상사가 있었던 경우도 있을 테다. 나의 경우는 수제 버거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서울도 아닌 베트남 냐짱이었다.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버거집은 그날따라 별로 사람이 없었고, 햄버거와 감자 튀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지난 3월, 봄의 한가운데였다. 


1년 전, 나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었다. 검진 결과에 따라 간단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수술을 받고, 기를 쓰고 회복을 하고, 결국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정신과 상담과 적합한 약물 복용과 운동을 병행했다. 그렇게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났다. 서서히 몸도 마음도 힘을 얻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나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아무도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년 만에 다시 베트남을 찾았다. 


그 밤 무덥고 낯설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여행을 함께한 이에게 약속했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의 다짐을 들으며 그녀도 나도 살짝 울었다. 베트남에서 돌아오자 마자 방콕과 타이페이 그리고 베를린행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6월에 홀로 떠났다. 혼자 공부하러 다른 나라로 간 적은 있지만, 온전히 홀로 여행을 떠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 여행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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