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생각
유튜브에서 영상을 하나 보았다.
해외에 살고 있는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한 사진작가의 이야기였다.
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2년이니 참전용사들의 나이는 거의가 90대일 것이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엔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을 것 같은 할아버지들이 훈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멋져 보이는 건 가슴에 달린 훈장이나 깔끔하게 손질된 군복 때문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꼿꼿이 세운 허리, 활짝 편 어깨 때문이었다.
수많은 유튜브 영상 중 그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해외에 살고 있다는 조그만 연관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외 생활 17년 동안, 나는 주변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가 한국 전쟁에 참전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그중 한 친구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보냈던 편지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보여주기도 했다.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을 뿐, 나는 고맙다고 말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 했었다.
나라 밖에서 살다 보면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새로운 일들을 겪고 다양한 시각들을 접하면서 경험하는 세계관의 변화가,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거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게 된다. 나 또한 나라 밖에서 30대와 40대를 보내며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전보다 조금은 넓어진 시야, 쌓인 지식, 나름의 가치관과 판단력으로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남을 판단하고 나를 합리화하는 데 그것들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았을까. 문득 부끄러워진다.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에 와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젊은 시절의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의식하며 뛰어들었던 사람들 보다는, 그저 자신의 할 일이니 했고 그 시절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그들은 어쩌면 자신이 잊혔을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의 희생으로 지켜낸 나라에서 한 젊은이가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며 고맙다고 말할 때, 자신의 작은 힘이 보태어져 생명을 살리고 한 나라를 지켜 냈다는 자부심이 그들을 다시금 젊은 시절의 늠름한 병사로 빛나게 했을 것이다.
그들은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다.
시대를 넘어 정치나 이념을 떠나, 그들에게 감사한다.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을 그들의 젊은 날에 눈물이 난다.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삶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 그들의 희생을 존경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께 고개를 숙인다.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의 희생 덕분이다.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Tg11PgBf4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