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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Mar 12. 2023

헬로, 뉴욕

New York New York 1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820마일, 열두 시간 반을 달렸다.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떠난 후 뒷정리를 마치고,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시카고를 출발했다.

서운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컸다. 시카고는 삶의 뒤편으로 보내어 잠시 묻어 두기로 한다.


두 번의 휴게소를 거쳐 밤 열한 시가 다 돼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에서 수도 파이프가 터져 더 이상 손님을 못 받겠다고 한다. 이런 대략난감이 있나.

이사와 장시간 운전으로 기진맥진한 나는 길바닥에 거적때기라도 깔고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근처 다른 숙소를 겨우 얻은 남편과 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부동산 에이전트와 약속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클리블랜드를 출발했다.

일리노이 시카고를 출발해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다섯 개 주를 통과해 이틀 만에 마침내 뉴욕에 도착했다.

아이들 집에 놀러 올 때랑 사뭇 기분이 달랐다. 긴장 때문인지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갔다.

부동산 오피스로 바로 가 나머지 서류들에 서명을 하고 새 집 열쇠를 받았다. 그리고 비로소 동영상과 사진으로만 보던 우리 집을 처음 만났다.

아담하고 아늑한 집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프리스쿨과 교회, 작은 식료품점과 카페도 있다. 적적하던 서버브의 모습과는 다른 도시의 풍경이었다.

차에 실어 가져 온 박스 몇 개와 옷가방을 두고 나왔다. 이삿짐이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 집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


이틀 후 인터넷을 연결하러 아이들과 함께 새 집에 들렀다.

각각 뉴욕 생활 5년 차, 3년 차에 접어든 아이들 의견이 궁금했다. 다행히 그들은 남편과 내가 살 집을 좋아했다. 동네도 집도 모두 안전하고 깨끗해 보인다고 한다. 한시름 놓았다.

자가설치 키트로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파트 케이블 라인이 우리 집과 연결돼 있지 않아 결국 기사를 불렀다. 그는 인터넷을 연결하는 동안, 후덜덜한 뉴욕 주차티켓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불법주차 벌금은 150달러, 시간오버 벌금은 35달러라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주차단속원들이 다분히 감정적으로 티켓을 주는 경우도 많으므로 아무 데나 차를 세웠다간 낭패 보기 딱 좋다는 것이다. 도시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세탁기와 식기 세척기를 시험 삼아 작동시켜 봤다. 냉장고도 연결해 놓고 욕조도 청소했다. 모두 새것들이라 깨끗하고 잘 된다.

서랍들과 옷장 안쪽을 일일이 닦았다. 192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아파트라 공사 때 생겼음직한 먼지들이 닦여 나왔다.

짐이 하루라도 일찍 도착하기를 바라며 집을 나섰다.

앞으로 살아갈 뉴욕에 대한 기대가 한가득, 가슴이 뛰었다.



✳︎ 이 글은 <데일리 뉴욕>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dailyny.net/archives/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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