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Mar 20. 2023

아파트와 리쿠르트

New York New York 2

내가 이사 온 뉴욕(New York City; NYC)은 미국의 북동부 뉴욕 주의 남쪽 끝에 있는 도시다.

뉴욕은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 다섯 개의 자치 독립구로 나뉜다. 뉴욕은 미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이고, 800개가 넘는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위키백과, 2023).


작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뉴욕에 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5년 전 첫째가 살 집을 함께 구했던 경험과 뉴욕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조언을 배경으로, 남편과 나는 온라인에서 집을 찾아보았다.

맨해튼이나 퀸스, 브루클린에는 2차 세계대전 이전 건물들이 많이 보존돼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벽돌 빌딩들이 대부분 그 무렵 지어진 것들이다. 이런 빌딩들은 5, 6층짜리가 대부분이며, 건물의 외벽으로 비상계단이 나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에서 홀리(오드리 헵번)가 귀찮은 남자를 피해 비상계단으로 나오는 장면이나 창가에 걸터앉아 '문 리버(Moon River)'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연상된다.


사진 opinionnews.co.kr


이처럼 오래된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지역엔 동전 빨래방(laundromat)도 모여 있다. 미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빨래방이지만, 그 존재 이유는 드라마처럼 아름답지 않다. 세탁기 없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오래된 빌딩이라 세탁기를 설치할 수 없는 구조인 경우, 하수설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약간의 수리나 보수를 거쳐 아파트 건물 안에 공동 세탁실을 보유한 곳들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사진 Productplacementblog.com


오래된 아파트에는 에어컨이 없는 곳도 많다. 이런 경우, 창문 앞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소형 에어컨을 각자 준비해야 하는데, 소음이 심하다.

우리를 제일 괴롭힌 건 주차 문제였다. 아파트에 주차장이 있어도 확보하기 어려울뿐더러, 주차비가 한 달에 400달러 정도로 매우 비싸다. 이곳 사람들 대분분은 길거리 주차를 한다고 한다. 길거리 주차 공간도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수시로 차를 옮겨야 하거나, 안전 문제도 뒤따른다. 20년 가까이 서버브에 살면서 주차 문제를 고민해 본 적이 없어 새로 맞닥뜨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한 달여를 고민한 끝에, 오래된 빌딩을 리모델링한 아파트로 결정했다.

다행히 세탁기와 에어컨을 갖춘 집이다. 대신,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라 외부 주차장을 알아봐야 했다.




아직도 이삿짐은 소식이 없었다.

와이파이 공유기를 모뎀과 연결했다. 욕실 샤워 커튼을 달고 가방에 가져온 짐들로 수납장도 채웠다.

집이 무척 조용하고 아늑하다.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외롭지 않은 느낌이 좋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규모가 큰 한국 마트가 있다. 점심에 먹을 김밥과 반찬거리를 사러 그곳에 들렀다.

반찬 코너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던 내게 직원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오징어젓갈에 대한 우리의 열띤 대화는 어느새 다른 길로 새기 시작했다.

그분의 딸은 내가 살던 시카고에서 대학을 나와 이곳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고, 그분은 딸과 함께 살기 위해 타주에서 왔다고 한다. 서로 겹치는 게 있어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분은 마트에서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며 언제든 찾아오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뉴욕 온 지 단 며칠 만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다니,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면 이런 기분일까. 그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헤어졌다.

처음 보는 이에게 친절을 전하고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이 도시가 낯설지만은 않았다.



✳︎  글은 <데일리 뉴욕>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dailyny.net/archives/293


매거진의 이전글 헬로, 뉴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