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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Mar 31. 2023

지하철과 딤섬

New York New York 3

큰딸과 함께 맨해튼에 갔다.

우리 집에서 맨해튼은 지하철 다섯 정거장 거리다. 지하철 요금은 카드 이용 시 1회 2.75달러다.

뉴욕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중교통 중 하나며, 468개의 역이 있고, 평일 평균 528만여 명이 이용한다(위키백과, 2023).

해마다 크고 작은 추락 사고가 발생해, 뉴욕교통공사(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MTA)가 일부 전철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1904년 개통된 뉴욕 지하철은 역 대부분이 매우 낡고 승강장 간격이 너무 좁아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한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지하철 역의 지저분함과 냄새에 깜짝 놀랐다.

너무 낡아 물이 떨어지는 곳도 많고, 선로나 벽 등은 몹시 더럽다. 더구나, 특정 인종의 사람들을 혐오해 일어나는 지하철 역 사고들에 대해 들어오던 터라 지하철을 탈 때마다 긴장도 된다.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타는 아이들에게 선로와 멀리 있기를 언제나 당부한다. 그들은 역을 돌아다니는 쥐도 종종 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끔 아무 예고도 없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다. 아직 두 정거장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모두 내리라는 방송이 나와 낯선 역에 내린 적도 있다. 쫓겨나듯 내린 것도 황당한데, '그렇지 뭐' 하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더 황당했다.

연결 노선도 모르고 뾰족한 수도 없어 그냥 집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휴대폰에 지하철 안내 앱을 설치하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지하철 안 풍경은 여느 도시의 지하철과 별로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 간식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도 있으며, 통로에 나와 반주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노후된 지하철이 내는 쇳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노랫소리 등이 섞여 지하철 안은 시끄러울 때가 많다.

깨끗하고 잘 정돈돼 있으며 시가 적힌 스크린 도어가 있는 우리나라 지하철이 그립다.




미리 예약해 둔 미용실에서 첫째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남편과 나는 조그만 찻집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며 차를 마셨다. 차이나 타운 가까운 곳이라 한문으로 쓰인 간판이 많이 보였다.

시카고의 차이나 타운보다 훨씬 커 보였고, 작년 5월 가봤던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보다 붐비고 활기찼다.


점심을 먹으러 가까운 딤섬 집에 갔다. 식당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 있는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줄 서 있기가 힘들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소문난 맛집이라니 호기심도 났고 모르는 곳을 더듬거리며 찾아다니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서였다.

40분쯤 기다리니 우리 번호를 불렀다. 테이블을 안내하는 호스트를 신나게 따라갔더니 동그란 테이블에 합석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세 팀이나 한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꽤 오랜만에 해보는 합석, 더구나 이곳에선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남편과 첫째와 나, 서로 바라본 짧은 순간 우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배도 고프고, 얼핏 살피니 나머지 두 팀 사람들 인상이 좋아 보여 그냥 앉기로 했다. 그들은 망설이는 우리와 달리 벌써 자리에 앉아 주문을 시작하고 있었다.

노란 유니폼을 입고 머릿수건을 두른 아주머니들이 둥근 대나무 그릇에 담긴 딤섬을 커다란 카트에 담아 테이블 사이로 누비고 다니며 주문을 받았다. 손님도 대부분 중국계 사람들이었고 벽에 새겨진 용의 조각과 빨간 테이블까지, 홀 안은 거의 완벽한 중국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눈치챈 같은 테이블 사람들이 맛있는 딤섬 몇 가지를 추천해 주었다. 우리 옆에 앉은 젊은 남녀는 친절하게도 QR코드로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기 아빠는 "이거 맛있다"라는 우리말로 맛있는 딤섬을 골라 주기도 했다. 다정함을 가득 담은 그들의 눈동자가 우리의 마음을 녹여 주었다.

재미있고 훈훈하게 딤섬을 먹었다. 처음에 합석을 망설인 게 민망해질 정도로 따뜻한 식사였다.


도시가 눈부셨다. 서울과 닮아 있어서 나는 뉴욕이 좋은지도 모른다.



✳︎  글은 <데일리 뉴욕>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dailyny.net/archives/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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