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Jun 26. 2023

비, 서울

비 오는 날.

지하철 역을 빠져나오다 문득 계단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 내린 하늘이 주변 상점들의 불빛으로 깜깜함을 면하고 있었다.


거기 어디쯤 있어야 할 네가 보이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 하늘 그 불빛 사이로 너와 내가 마지막 만난 그날이 지나갔다.


친절한 우산 씌움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나, 너를 생각하다 불현듯 쓸쓸해졌다.

많은 날들 중에 우리는 왜 비 오는 날 헤어졌을까.

비가 오면 너를 다시 만날 수 없음이 현실이 된다.

너의 부재가 살갗을 때리는 빗줄기처럼 진짜가 된다.


함께해 온 날들을 빗속에 남겨두고 각자의 길로 접어든 그날,

뜨거운 빗속에 부여잡던 차가운 우산.

너의 기억을 비에 씻지 못하고 나는 아직도 비울음을 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