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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Apr 19. 2022

내 친구 뿌찌

"싫어, 싫어!" 시연이는 오늘 아침 일어나기가 싫습니다.

"시연아, 어서 일어나자!" 아빠의 목소리가 벌써 세 번째 들립니다.

그래도 시연이는 이불속에서 몸을 옹크립니다.


"시연아, 안녕!" 뿌찌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시연이는 이불 밖으로 얼굴만 빼꼼 내밉니다. "뿌찌야, 안녕!"

"너 왜 아직도 이불속에 있어?" 뿌찌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연이를 봅니다.

"나 화났어." 시연이가 입술을 삐죽 내밉니다.

"왜 화가 났는데?" 뿌찌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입니다.

뿌찌는 시연이의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뿌찌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어요. 그건, 뿌찌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보인다는 거예요. 뿌찌는 시연이만 볼 수 있는, 시연이만의 친구랍니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 놀 수 없는 날이나 유치원이 쉬는 날에는 뿌찌와 시연이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함께 놀아요.

시연이가 노래를 부르면 뿌찌는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춥니다.

둘이서 장난감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장난감 나라에 가면 시연이는 뿌찌와 함께 갖고 싶던 장난감들을 실컷 가지고 놀 수 있어요.

치카푸카 섬에 가서 칫솔 나무들이랑 치약 열매를 구경하기도 해요.

동물들이 사는 방귀 섬은 시끄럽고 냄새도 나지만, 모두가 항상 즐겁지요.

시연이와 뿌찌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무인도랍니다. 작은 섬에 텐트를 치고, 나무 열매를 따먹고,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그림도 그리며 놀아요.


"뿌찌야, 나 오늘 엄마가 계신 병원에 가야 해. 엄마가 동생을 낳으셨거든." 시연이가 슬픈 얼굴로 말합니다.

"드디어 동생을 만나러 가는 거야?" 뿌찌의 눈이 초롱초롱 빛납니다.

시연이는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끄덕 합니다.

"동생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지 않아?" 뿌찌가 물어봅니다.

"조금 궁금해... 하지만 엄마랑 아빠가 동생만 예뻐하면 어떡하지? 동생이 내 장난감 만지면 어떡하지?" 시연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더니, 곧 화 난 얼굴이 됩니다. "난 동생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엄마 아빠가 내 말을 안 들어주셨어."

뿌찌는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시연아, 알로샤바라에서 네 동생을 만났어." 하고 말합니다.

"정말?" 시연이가 깜짝 놀랍니다.

알로샤바라는 뿌찌가 사는 상상 별 나라의 이름이에요.

"응, 우리 알로샤바라에서는 곧 태어날 아기들을 만날 수 있단다."

뿌찌의 말을 들으니, 시연이도 갑자기 동생을 만나고 싶어 집니다.

"시연아, 어서 가서 동생을 만나봐. 그리고 우리가 춤출 때 불렀던 '반짝반짝 선물' 노래를 동생한테 불러주렴. 알로샤바라에 사는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니까 네 동생도 기억할 거야."

뿌찌가 방그레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어느새 시연이는 아빠 차를 타고 병원에 가고 있습니다. 어서 동생을 만나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서 시연이의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입원실 문을 여니까 엄마와 아주 작은 아기가 침대에 같이 누워 있었어요.

"안녕? 난 시연이야." 시연이가 아기에게 다가가 인사합니다.

아기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어요.

시연이는 뿌찌가 말해준 대로 '반짝반짝 선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자는 줄만 알았던 아기의 입이 꼼질꼼질 움직이더니 살짝 미소를 짓는 것이었어요.

시연이는 그 순간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그렇지만 꾹 참고 동생에게 소곤소곤 말했어요. "지금부터 이 노래는 우리만 아는 비밀 노래야!"

그러자 아기가 또 미소를 지었어요.

아빠랑 엄마는 시연이와 아기를 행복한 얼굴로 바라봅니다. 그렇지만 아기가 미소 짓는 건 아마 못 봤을걸요.

시연이는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시연이는 뿌찌가 놀러 오면 동생과 만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웬일인지 뿌찌는 다시 놀러 오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시연이는 괜찮아요. 이제 동생 시아랑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요.

시아가 좀 더 크면, 시연이는 시아랑 알로샤바라 별과 뿌찌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시연이는 동생과 즐거운 비밀들을 아주 많이 만들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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