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 아늑한 동굴은 아기 호랑이 범보의 집이랍니다.
범보는 엄마 호랑이, 장난꾸러기 여동생 범비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숲 길을 산책하던 범보는, 둥지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아기 새를 보았어요.
"아빠! 아빠!" 아기 새가 소리쳤어요.
그러자 어디선가 아빠 새가 날아왔어요.
아기 새는 낮은 나뭇가지 위로 날아오르더니, 곧 아빠 새를 따라 훨훨 날아갔어요.
집으로 돌아온 범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난 한 번도 아빠를 만난 적이 없는데... 우리 아빠는 어디 계실까?"
"아빠는 왜 우리와 함께 살지 않아요?" 범보는 엄마 호랑이에게 물어보았어요.
"우리는 산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용감한 호랑이란다. 너희들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혼자 살 수 있게 될 거야." 엄마 호랑이가 말했어요.
"그래도 난 아빠가 보고 싶은데... 아빠는 어떻게 생겼을까?"
범보는 아빠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숲 길을 걸어가던 범보는 오소리를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네 아빠의 발자국을 보았지. 굉장히 커다란 발자국이었어." 오소리가 말했어요.
범보는 곰을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네 아빠는 달리기를 잘해. 나무들 사이를 엄청나게 빨리 달린단다." 곰이 말했어요.
범보는 하늘다람쥐를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네 아빠의 목소리를 들어봤지. '어흥!' 하고 온 산을 흔들 것 같은 큰 목소리였어." 하늘다람쥐가 말했어요.
물을 마시러 강 가에 간 범보는 수달을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네 아빠는 수영을 잘해. 수영 선수처럼 헤엄을 잘 친단다." 수달이 말했어요.
범보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려던 수리부엉이를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네 아빠는 나무를 잘 탄단다. 어찌나 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르던지 깜짝 놀랐어." 수리부엉이가 말했어요.
범보는 노루를 만났어요.
"안녕! 난 범보야. 아빠를 찾고 있어. 우리 아빠를 본 적 있니?" 범보가 말했어요.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네 아빠는 커다랗고 뾰족한 이빨이 있대." 노루가 말했어요.
범보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어요.
"잠깐 쉬었다 가야지."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앉아 쉬던 범보는 깜빡 잠이 들었어요.
얼마나 잤을까.
바스락 누군가 나뭇잎 밟는 소리에 깜짝 놀란 범보는 눈을 떴어요.
범보의 눈에 누군가의 커다란 앞발이 보였어요.
범보가 올려다보니 몸집이 커다란 호랑이가 범보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범보는 무서워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섰어요.
범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커다란 호랑이가 말했어요.
"네가 범보구나. 난 네 아빠 란다."
드디어 아빠를 만나다니! 이렇게 크고 멋진 호랑이가 우리 아빠라니! 범보는 너무나 기뻤어요.
범보는 살금살금 아빠 호랑이에게 다가가 보았어요.
아빠 호랑이는 범보를 꼭 껴안아 주었어요.
"아빠를 찾아오다니 이제 다 컸구나. 아빠는 늘 범보와 범비, 그리고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단다. 함께 살지는 않지만 우린 가족이니까."
"아빠가 날 알고 있었구나." 범보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어요.
아빠 호랑이와 범보는 함께 숲 속을 산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집에 돌아온 범보는 범비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용감한 숲 속의 왕이 바로 우리 아빠라고요.
그리고 아빠는 우리를 사랑하신다고요.
※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호랑이는 우리나라와 만주, 러시아에 서식한다. 현재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는 50~130 마리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호랑이는 암컷 호랑이 혼자 새끼를 낳고 돌본다. 새끼 호랑이는 2세까지 어미와 지내다가 이후 독립하며, 4세가 되면 다 자란다. (출처: 위키백과)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오소리, 곰, 하늘다람쥐, 수달, 수리부엉이, 노루는 모두 우리나라 지리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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