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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Aug 24. 2023

내가 작가다

I am THE writer

왜 어떻게 글을 쓰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궁극적으로는 글을 쓰게 될 거란 생각을 막연하게 하곤 했다. 그러면서 브런치스토리에 작가신청 하기는 차일피일 미뤘다. 글을 써 서랍에 넣어두면서 괜히 주변을 맴돌았다. 두려워서였다. 거절당하고 난 후의 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미루고 미루는 내 꼴이 보기 싫어질 때쯤 브런치 문을 노크했다.


처음엔 6개월 넘어서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습작도 부족하고 서랍에 쟁여놓은 글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발행하기 시작하니 어디서 에너지가 솟는지 매일같이 글이 써졌다 ⎯ 쓴다기보다 써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감 고민도 별로 안 해 봤다. 문손잡이를 갖고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무 해 가까이 나라밖에서 살며 다른 언어 사용의 까슬까슬함이 습관이 돼가고 있었다. 익숙한 것과 내가 만족할 만큼 표현해 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다 우리 글로 내 마음을 옮겨 쓸 기회가 생기자 날개를 단 기분이었다.


나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생각보다 생채기가 많았구나, 사느라 수고했구나, 나 자신이 기특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기억은 나의 기록이 되어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댓글과 답글로 다른 작가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일석이조, 뜻밖의 기쁨이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시도 때도 없이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얼굴과 얼굴, 눈과 눈을 마주하는 것에 버금가는, 때론 그걸 뛰어넘기도 하는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살아있는 게 좋고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한 순간을, 나는 이곳 브런치에서 그전보다 훨씬 많이 누릴 수 있었다.

글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브런치라는 바다에 작은 배를 띄우고 그 잔잔한 흔들림에 몸을 실어보기도 하고 돛을 올려 바람의 힘을 느껴보기도 한다. 목적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침몰도 난파도 없을 바다라 믿으면 두렵지 않다.

항해를 하며 다른 작가님들의 배를 만나면 손을 흔들기도,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웃으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언제나 잔잔한 물결만 이는 건 아니지만, 파도가 쳐도 서로 의지하고 함께 버텨주는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

그들의 배가 더 넓은 바다로 더 힘차게 나아가길 늘 바란다. 글 한 편을 써내기 위한 그들의 고민을, 그 수고의 값짐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꾼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과 연결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꼭 거기가 아니어도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 집중력도 부족하고 싫증도 잘 내는 내가 1년이 넘도록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내겐 작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초심을 살리고 싶어 가끔 내가 쓴 작가소개 글을 읽어보곤 한다. '나와 만나고 싶어서, 소중한 순간들을 붙잡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그래, 아직도 나는 그래서 글을 쓴다.

내가 작가다 ⎯ 이제는 글을 쓰며 사랑하게 된 나 자신을 믿고 이 길을 가고 싶다.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공기의 냄새가 달라진다.

가을이 오면 소설과 에세이를 섞은 작은 글들을 써보고 싶다. 크리스마스 무렵엔 마지막 남은 성경 이야기도 쓰고 싶다. 언제나 앞서 달리는 생각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천력이 문제지만.

그러나 내겐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과 글쓰기 여정을 함께하는 작가님들이라는 막강한 빽이 있다.

두렵지 않을 거다.


✿ 제 글을 읽어주시고 또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해도 부족함은 열심히 씀으로 채워 가겠습니다.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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