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도서교환대 3

by Anna Lee

다시 눈을 떴을 때 미카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아침인지 저녁인지조차 얼른 알 수가 없어 시계를 봤다. 어느새 두 시간이나 더 자버린 것과 오늘이 일하러 가지 않는 날이란 걸 동시에 깨달았다.

부스스 몸을 일으키자 창 밖 가득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마치 꿈이었던 듯 땅도 벌써 말라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그녀는 집을 나섰다.

상담 마지막 날까지 의사는 끊임없이 산책을 권유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걸으며 햇빛 쬐기, 바깥공기 마시기가 그녀에게 숨 쉬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말을 치료 세션 내내 들어왔다.

그녀는 밤엔 새우잠을 자고 낮엔 집 가까운 곳을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만도 힘들던 시간을 지나, 이젠 길에서 마주치는 이들과 제법 가벼운 눈인사도 할 수 있게 됐다.


미카가 살고 있는 우드빌은 시 외곽의 작은 구역이다.

그녀는 우드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ELL 교사로 일하고 있다.

엠마의 사고, 이혼, 그리고 이어진 *PTSD 치료 등으로 그녀는 한 해 휴직을 했었다. ELL 팀장인 Mrs. 로버슨은 다른 ELL 교사 한 명과 미카의 수업을 나눠 맡아가며 그녀의 복귀를 기다려주었다. 미카에겐 보스라기보다 멘토이자 큰언니 같은 로버슨.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자신을 보던, 안경 너머 눈물 그렁그렁했던 그녀의 눈을 미카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카의 집에서 두 블록쯤 걸으면 작은 공원이 나온다.

토요일마다 공원 앞에서는 장터가 열린다. 근처 농장의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나 과일, 버섯, 치즈, 잼과 과자 등을 갖고 나와 파는 날이다. 값은 여느 식료품점보다 좀 비싸긴 하지만 산지에서 바로 가져온 싱싱한 먹거리를 살 수 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과 구경 나온 사람들로 토요일 장터는 늘 북적이곤 한다.


✱ ELL(English Language Learner): 비영어권 학생을 위해 영어권 국가의 학교에서 마련하는 수업

✱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지명,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